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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림칠현, 빼어난 속물들
짜오지엔민 지음, 곽복선 옮김 / 푸른역사 / 2007년 3월
평점 :
제목이 재미있다. 제목을 보고 자신을 지칭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있을 듯하다. 속물의 시대니까. 속물이라고 당당하게 까발리고, 속물이 인정받는 시대니까. 세속에 초연한 모습으로 고고하게 속물적 성향(?)을 백안시하고 무시한다면 그 즉시 속물들로부터 배타적 공격이 시작될 테니까. 비속물(?)이 편안하고 평화로울 수 있는 자리는 가시권 밖이다.
그런데 죽림칠현이라니, 그것도 빼어난? 그들마저 그러하다면, 정작 죽림은 없는 것이다. 어디에도 이 정치와 권력의 진흙탕과 신자유의 유혹과 소모, 무한경쟁의 피곤함을 벗어날 길은 없다는 것이다. 빼어난 은둔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우리의 죽림은 물질이다. 부유한 물질의 세계다. 결핍없는, 그래서 신념도 없는, 무자유, 비자발, 비활동.
결국 밖으로 나갈 수는 없는 것일까? 본래 없는 것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