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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스맨의 재즈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4
레이 셀레스틴 지음, 김은정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이런 음식은 뉴올리언스에서만 먹을 수 있어."
작품 속 뉴올리언스는 엄숙했던 장례식도 한 순간 밴드의 연주와 함께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 바뀌는 땅입니다. 주인공 중 한 명인 마이클이 "프랑스, 아프리카, 스페인, 이탈리아의 영향을 한데 모아 탄생한 독특하고 풍성한 요리"라는 뉴올리언스의 음식을 가리키며 했던 위 말처럼, 이 소설은 재즈와 흑인 문화가 융성하는 가운데에도 백인 우월주의가 강하게 남아 있던 뉴올리언스의 시대상에, 미궁에 빠져 버린 "도끼 살인마"의 정체에 대한 미스테리를 뒤섞으며 흥미진진한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즉흥 연주와 복잡한 리듬이 한데 어울려 귀를 즐겁게 하는 재즈처럼, 작품에서는 세 팀으로 나뉜 주인공들이 나름의 박자에 따라 도끼 살인마를 추적합니다.
현직 경찰인 마이클은 흑인 여성을 사랑합니다. 흑인은 여전히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당시의 미국 남부에서, 흑인과 함께 살고 자녀를 낳았다는 사실은 주위 사람들에게 조롱과 손가락질의 대상일 뿐입니다. 게다가 과거에 상관인 루카의 비리를 고발하여 감옥에 보냈다는 사실은 지금 그를 경찰서의 외톨이로 낙인 찍은 원죄가 되었습니다.
한때 뇌물과 각종 비리로 부패한 경찰이었다가 마이클의 내부 고발로 감옥에 수감된 지 5년만에 출소한 루카는 마피아에게 일자리를 구걸해야 하는 신세입니다. 마피아에게 목숨을 저당잡히고 도끼 살인마에 대해 조사해야 하지만, 쇠약해진 탓에 비리 경찰 시절 투옥시켰던 시민에게 구타당하고, 무단 침입으로 경찰에게 체포되는 등 온갖 시련과 수모를 겪습니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소설을 즐겨 읽고 탐정이 되고 싶은 꿈이 있지만 지금은 그저 보잘것없는 한 탐정 사무소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아이다는 흑인이지만 피부색이 백인에 가깝게 밝습니다. 그래서인지 흑인과 백인 모두와 거리를 두게 되고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당하면서도, 친구인 루이(스) 암스트롱과 함께 묵묵히 자신의 명민한 두뇌를 이용하여 도끼 살인마를 추적합니다.
각자 나름의 아픔을 지닌 이들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어우러지며 사건의 전모를 파헤칩니다. DNA 감식과 감시 카메라가 등장하지 않는, 두 발로 뛰고 머리로 골똘히 추리해야 하는 구식 수사를 만나는 건 어느새 무척 신선한 경험이 되어 버렸습니다.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에도 까메오로 등장했던 재즈를 좋아하는 도끼 살인마라는 유명한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급격한 굴곡을 보이던 1900년대 초반 미국 남부에서 교묘하게 엇갈리는 세 무리의 주인공들을 통해 사건의 해결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전달해 준 작가의 멋진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번역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