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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 - 너와 내가 함께 성장하는 시간, 그림책 태교
전은주(꽃님에미)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8월
평점 :
장마로 몸도 마음도 축 처지는 요즘, 이 책을 만나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마음이 힘들 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언니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요? 저는 아이를 가져본 적도 키워본 적도 없지만 언니같은 작가님이야기에 스며들어버렸습니다. 아이를 기다리며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들었던 오만 감정과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놓으신데 왜 제 마음에 옹이진 곳이 야들야들해지는 걸까요?
필사하고 싶은 명문장들이 매번 매글마다 있으니 다들 아이를 가지면 이렇게 현명해지나? (얼마나 힘들길래...)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니까요. 특히 최고의 태교는 나의 삶을 돌아보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그려보고, 나의 내면아이와 만나는 것이라는 말을 해주는 언니(가 아니라 작가님)를 만나서 천만다행입니다. 태교를 하는 날이 오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말을 해주는 이모, 고모, 친구는 될 수 있을까 싶으니까요.
그리고 마음을 들려주는 것에서 끝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주고 부드럽게 앞으로 밀어주는 동화책까지 소개해주는 책이라니! 기승전결이 완벽한데다가 길이도 길지 않은, 그야말로 이상형같은 글을 만난 기분입니다. 조금 뜬금없지만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갈피를 못잡고 있었습니다. 촌철살인의 알싸한 비판을 품은 글? 알파고보다 더 큰 뇌용량을 가진 듯 온세계의 역사문화를 엮어내는 카렌 암스트롱같은 글? 영성과 따스함으로 경계를 넘나드는 요기의 글? 그런데 저는 이런 글을 쓰고 싶어요. 잘난 척도 똑똑한 척도 하지 않고, 자신의 당황과 우여곡절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너도 나도 귀하고 애쓰고 있다고 토닥이는 글이요. 당위도 논리적 근거도 아닌 땀이랑 숨이 붙은 글이요.
요즘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있다보니, 더더욱이 궁금했는데 역시 그림책의 매력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통감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1부와 5부로 이루어진 가제본을 받을 수 있었는데, 책 전체를 읽으면 어떨지 기다려집니다. 만약 마음에 감기가 왔을 때, 그림책으로 처방을 받을 수 있는 약국이 생긴다면 이 책이 그 시작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