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열풍이 부는 책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있다.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가 어느순간에 트렌드를 반영하는 기호가 되었던 것처럼 열풍이 부는 책들은 모두 책의 내용보다는 그 기호가 하나의 유행이 아닐까하는 개인적인 거부감으로 인해 거의 읽지 않고 간단한 리뷰로 겉핧기만 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도무지 20~30대 여성이 읽는 인문사회과학 서적이라니.. 그것도 1~2만부도 아니고 30만부가 훌쩍 뛰어넘었다는 소식에 호기심은 간단히 거부감을 뛰어넘는다.  

우리에게 정의란 무엇인가. 주권자를 학살한 정권이 '민주'와 '정의'를 선점한 이후 우리에게 정의는 얼마나 희화된 개념이었을까. 기껏해야 깡패들을 잡아들여 삼청교육대에 집어넣는 정도의 '정의'가 우리에게 허용된 것이 아니었을까.  이책은 정의란 이것이다라고 선언하는 책이 아니다. -물론 나도 그걸 기대하고 집어들었지만- 정의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정의라는 판단에 도달하기 위한 많은 철학적인 질문의 근원부터 사유해 내려오는 책은 그리 녹록하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벤덤과 밀의 공리주의, 칸트의 도덕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인 행복론, 롤스의 정의론. 그들이 내세우는 행복과 도덕의 개념을 이야기하고 그 개념에서 출발하는 정의라는 개념을 다시 이야기한다. 물론 중간중간에 예시로 들이는 많은 구체적인 사례들은 (머 전철의 비유, 이라크에서의 염소치기, 어머니에게 동생의 불치병을 이야기할것인가,, 등) 적용될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더욱 생생한 살아있는 책으로 다가온다.    

저자는 가족과 공동체의 번영을 , 자본주의 국가내에서 소규모 인적 네트워크의 강화를 이야기하는 그는  신자유주의로 변질되어 버리기전의 건강한 미국식 보수주의를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보수주의자이다. 이 글에 걸린 어느 평론가는 민족국가가 진보성을 잃어버린 현대의 시대에 제국주의 변형으로 갈수있음을 지적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이너리티 리포트처럼 그들의 살인을 미리 단죄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 

명백한 보수주의의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진보적인 지식인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좌파의 책으로 읽히는건 당연하다. 우리에겐 아직 명백한 중립적인 정의조차 허용되지 않는 봉건의 시대이며, 샌들이 말한 소규모 인적 네트워크로 인한 사회적 자본이 와해되기는 커녕 이제 연결이 되기 시작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샌들이 좋았던 60년대의 미국을 이야기하며 찬양할때 우리는 아직 2010년에도 그만큼의 길도 가보지 못했기에 그의 과거가 우리에게 희망찬 미래의 길로 보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발전으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하는 소규모 인적 네트워크. 얼마전에 그나마 매력있던 대통령의 깨어있는 시민의 자발적 참여... 건전한 보수와 진보는 어쩌면 같은 길로 가고 있는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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