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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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한국문단의 벼락같은 축복..  저자가 처음 칼의 노래라는 희한한 책을 던져 놓았을 때 경악했던 한국문단의 반응이었다.

작가는 이 단한편의 건조하고 딱딱한 문체의 이순신이라는 인물에 대한 책으로 당장 거장의 반열에 올라섰다.

인간과 인간. 그속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감정에 대해 아무런 상관없다는 듯 애정도 미움도 없는 냉랭한 시선의 저자의 문체는 감정과잉의 기존의 소설들과의 차별성으로 많은 남성독자를 끌어모았다.

 

비슷한 유형의 현의노래, 개(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그리고 단편 몇개와 자전거 여행등의 에세이를 거쳐 2007년 남한산성으로 그해 독서계를 평정하다시피한다.

 

2년을 기다려 그의 새로운 소설 공무도하가 출판되었다.

 

해망이라는 가상의 바닷가 소도시를 배경으로 그곳으로 흘러들어온 아니면 흘러들어올 수 밖에 없던 인물 군상의 이야기이다. 언제나 그렇듯 작가는 그 누구에게도 애정어린 시선은 없다.

그렇다고 신처럼 바깥에서 평가하지도 않는다.

 

기르던 개에 아이가 물려죽은걸 tv로 확인하고 절망한 어머니. 불이난 백화점에서 귀금속을 훔친 소방관, 친구들을 밀고해(밀고한걸로 의심되는) 도망쳐 물속 포탄 잔해를 건져올리는 옛 운동권, 그리고 그와 함께 포탄잔해를 건지는 도망친 베트남 처녀.갯벌개발에 아이를 잃고 보상금으로 도망치듯 고향을 등진 아버지. 서로에게 아무런 인연도 없지만 이들은 쫓기듯 해망으로 오고 나간다.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신문기자. 이 기자는 오히려 작가의 분신처럼 보인다. 아무런 판단도 유보한체 관찰만 하는 그는 소설을 읽는 독자에겐 어린시절 혼자 본 영화를 이야기해주는 중학생처럼 열심히 어제본 영화의 줄거리를 읊어대지만 그렇다고 그놈이 이러이래서 나뻐라고 하진 않는다. 

 

예의 그 딱딱하고 건조한 문체도 여전하고, 독자를 질리게 만드는 냉랭함도 여전하지만, 최소한 내겐 '남한산성'만큼의 울림이 없었다. 갇힌 산성안에서 '예'와 '의'를 찾고 아님 생존을 소리지르는 인간군상에서 현재를 투영해 여운을 남겼던 전작과는 달리, 중간 장철수의 대사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라고 툭 내뱉어린 말에 더이상의 비루하고, 치사하고, 던적스러운 인간군상을 그린 소설은 그 말속 가두어져 버렸기 때문일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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