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파친코 1~2 - 전2권 - 개정판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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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지 드라마인지가 개봉되기 전이라 아직 이 책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어딘가에서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나온 소설에 대한 후기를 본 적이 있다. 내용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번역에 대한 혹평이 담겨 있었다. 덕분에 '번역이 별로다'라는 선입견이 생겨버린 데다가 평소 베스트셀러에 가지고 있던 불신도 더해져 별로 읽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습관처럼 동네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고 잊고 있다가 책이 도착했으니 빌려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책도 두꺼워 보이겠다 어쩌면 읽지 않고 그대로 반납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웬걸 퇴근시간 지하철에서 읽는 것만으로도 일주일도 안 되어 두 권을 후루룩 다 읽어버렸다.

저자에 대해서도 궁금해지고, 책 내용과 관련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되고, 번역에 대해서도 여러모로 고민해보게 되는 책이었다(이전 번역본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훌륭한 번역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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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책방은 커피를 팔지 않는다
이지민 지음 / 정은문고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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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견디고 살아남은 브루클린의 다양한 책방들을 소개한 책이다.

아이를 데리고 동네 책방을 찾아가서 만난 책 이야기, 책방 이야기, 책방 운영자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른 업종도 비슷하겠지만 책이라는 것도 워낙 웬만큼 좋아하지 않으면 직업으로 이어가기 어려운 상품이다 보니 그런 책을 다루는 업계에서 오래 종사해온 사람들의 이야기에서는 자연스럽게 깊은 애정이 묻어 나오기 마련이고, 그래서 읽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전체적으로는 책방 소개가 메인이지만, 군데군데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이 언급되고 있어서 책을 읽다 보면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그런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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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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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일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는지는 죽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죽은 후의 장례식은 어떤 모습일지 그려보게 되는 책이었습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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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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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작은 책.

게다가 에세이.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가볍고 쉽게 읽힌다는 장점 때문에 한때 국내외 에세이를 주구장창 읽은 시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 가벼움이 싫어서 에세이는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달까, 아니 마지막까지 재밌게라도 읽었으면 다행인데 읽으면서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어줘야 하나' 싶은 글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돈을 받아도 모자랄 판인데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그야말로 남의 일기장을 읽어주는 느낌.


그래서 사실 이 책도 좋아하는 작가라서 구입하긴 했지만 큰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제목과 어울리지 않게(적어도 지금까지 내가 써온 일기들과는 다르게) 내용이 꽉꽉 들어차 있었다. 물론 제목에 걸맞게 소소한 문장들도 많았지만 그런 부분 역시 문학적으로 느껴진달까. 요즘 나오는 에세이라기보다는 과거 문장가들의 수필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지막에 너무 강한 이야기가 나와서 조금 당황했다.

표4를 잘 쓰지 않는다는 작가가 추천사를 쓴 책이 궁금해졌다.

독특한 폰트는 내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ㅝ' 글자가 이상해서 특히 거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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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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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이 책을 대체 무슨 책이라고 정의해야 하나 혼란스러웠는데 인터넷서점 책 소개글에도 '짧은 말로 설명이 어려운 책'이라고 적혀 있어서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고 살짝 안심했다. 베스트셀러라는 이유로 부화뇌동해서 읽은 거라 무슨 책인지도 모르고 읽었는데 사실 책에 적힌 소개를 읽어도 감이 안 잡히기는 마찬가지다.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라니 그게 대체 뭐냐고... 그런데 또 읽고 나면 달리 이 책을 알기 쉽게 표현할 방법이 없겠다 싶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런 설명하기 어려운 책을 출판할 생각을 한 출판사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반전이 거의 추리소설 뺨 치는 수준이라고 느꼈다. 독살 사건 부분도 그렇고, 우생학도 그렇고. (갑자기 우생학 이야기를 왜 이렇게 늘어놓지, 물고기는 대체 어디 간 거지 싶었음.)

처음에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학자의 전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갈수록 물고기와 거리가 멀어져서 왜 제목을 이렇게 지어 놓고 계속 다른 이야기를 하나 싶었다. 마지막에는 복선을 회수하는 느낌으로 잘 정리가 된다. 마지막 장과 에필로그에 저자가 이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거의 다 정리되어 있다.


솔직히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팩트에 대해서는 100%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산어류' 비유 덕분에 대충 감은 잡을 수 있었다. 산염소, 산독수리, 산두꺼비, 산인간 등 산에 사는 모든 생물이 진화적으로 동일한 '산어류'라는 집단에 속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라고. 현재 인류는 그와 비슷하게 바다에 사는 생물들을 '어류'라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범주로 묶어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저자의 아버지가 '너는(인간은 그 누구도) 중요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말을 한 것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우리는 모두 각자 중요한 존재다'라고 반박하는데, 나는 '내가, 개개인이 전 지구적 관점에서 중요한 존재가 아닌 건 맞지 않나. 꼭 중요해야 할 필요가 있나' 싶긴 했다.


우생학 부분은 저자가 온 힘을 다해 매우 자세히 다루고 있는 만큼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불과 몇십 년? 몇 년 전까지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달까, 충분히 믿겨져서 무섭달까. 물고기를 넣지 않고 우생학만으로도 충분히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다(아마 이미 많이 나와 있을 듯).


- 일단 무언가에 이름을 붙이고 나면 더 이상 그걸 제대로 바라보지 않게 된다.

-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다.

-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일러스트가 아주 독특하다. 내용과 찰떡궁합. 

표준적인 판형이나 폰트가 아니어서 굳이?라는 생각은 했다.

언제나 그렇듯 베스트셀러는 읽고 나면 좋은 책이라는 건 알겠는데 베스트셀러까지 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시간 낭비는 아니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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