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의 나라] 서평단 알림
사무라이의 나라
이케가미 에이코 지음, 남명수 옮김 / 지식노마드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저자는 서문에서 '명예'라는 말이 사회학적으로 재정의해 사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 저자의 의도대로 2부, 5부,6부 그리고 7부에 이르기까지 명예에 관한 집요한 추척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육체와 생명을 스스로 지배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도덕적 행동과 결단에 책임을 지는 사무라이의 명예문화는 폭력과 소유라는 두 핵심 가치와 만나면서 전혀 다른 사회적가치를 생산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소 어울리지 않는 두 가치가 명예라는 새로운 가치와 만나 통제기능이 스스로 돌아가는 사회를 만들어버렸습니다. 거친 둘의 가치가 명예라는 가치를 통해 제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것은 제도 속에 인간의 추한 본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나 문명은 언제 무엇을 저지를지 모르는 인간이라는 신뢰할 수 없는 존재를 두고 어떻게든 신뢰성을 높이기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이 책의 중요한 근간이 됩니다. 이 책이 어렵고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손을 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예 속에 감추인 집단주의적 사고와 개인 주의적 사고 사이의 대립적인 긴장관계와 상호관계를 잘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무라이에게 폭력은 스스로의 지배영역을 확대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정당화하는 수단이었습니다. 일본에서 독특한 명예문화가 발전한 것은 이러한 사무라이 계급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92-93쪽). 다른 사회집단과 자신을 구별, 명예를 통한 주종관계 그리고 가문의 영광을 위한 강한 욕망에서 비롯되는 경쟁 등이 독특하면서도 다양한 문화 유형을 낳았던 것입니다.

11세기에서 12세기에 걸쳐 그들은 명확한 사회계층으로 자리잡습니다(125쪽). 저자는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무사가 가지는 독특성이 중국이나 주변문화와 다른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이 재미있습니다. 사람의 독특성이란 결국 생활의 차이에서 생겨남을 깨닫습니다. 이 책의 특별한 매력은 이처럼 사소한 생활과 삶의 차이를 해석하고 연관시킴으로 거리감 없이 사무라이의 명예문화를 접하게 하는 것입니다.

폭력과 명예의 결합은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길들이기 어려운 악령(191쪽)이 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집니다. 개별 사무라이들은 내면의 강렬한 자존 의식으로 명예를 경험했지만 이 경험이 그들의 생활방식의 모든 면에서 청교도적인 엄격한 내면의 충고자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394쪽).

사무라이의 명예라는 문화복합체 속에서 개인주의적 요소를 확인하는 일은 일본의 사회발전을 둘러싼  우리의 이해에 중요한 사회학적 함의를 전해줍니다(532쪽). 저자는 명예문화를 다양성과 역동성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며 결론짓습니다. 한 가지로만 보려는 일본 전통에 대한 서양인들의 시각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문화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의 획일성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잘 보여줍니다. 삶의 다양성 만큼이나 문화는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문화는 정의가 아니라 흐름입니다. 삶과 생활의 흐름이 사회를 구성하고 문화를 만들어 냅니다. 일본을 바라볼 때 부정과 긍정의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게 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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