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공주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35
김승희 지음, 최정인 그림 / 비룡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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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전설화인 바리공주 설화를 기반으로 한 동화책입니다. 바리공주 이야기는 원래 무당이 신의 근원을 노래로 부르는 것이랍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리공주는 나중에 저승을 관장하는 신이 됩니다.  전반적으로는 영웅설화의 맥을 따르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것은 바리공주 이야기의 영웅이 남성이 아닌 여성이며, 장자가 아닌 일곱째 라는 것이죠.

점쟁이가 올해 결혼하면 일곱 공주를 낳을 것이요, 내년에 결혼하면 왕자를 낳을 것이라고 예언하였지만 왕이 일년을 참지 못하고 왕비와 결혼하여 일곱딸을 낳도록 운명지워집니다. 상서로운 꿈을 꾸어 아들을 기대했건만 예언대로 일곱딸을 낳자 왕과 왕비는 일곱째 아이를 죽이고자 산에 바다에 버리지만 신이 보호하는지 바리공주 아기는 노파들에 의해 구원받고 길러집니다. 아이가 다 자랄 무렵 왕은 하늘의 죄를 받아 깊은 병에 들고 이는 저승의 샘의 약물로만 치료할 수 있지만 곱게 자란 여섯딸은 이런 수난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죠. 징표를 받고 궁에 불려간 바리공주는 낳아주신 부모의 은혜를 받잡고자 수난을 받아들여 남장을 하고 저승으로 길을 나섭니다. 가는 길에 고귀한 신령의 도움을 받아 저승을 넘고 마침내 약수에 이르렀을 때 약수를 지키는 무장승의 제안으로 구 년을 일하고 그에게 일곱아들을 낳아줍니다다. 약수를 받아 왕과 왕비에게 돌아가지만 그들은 이미 죽은 후 라, 하지만 바리공주의 약수로 다시 살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리공주 이야기는 언뜻 보면 효녀 심청 같은 효심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바리공주에게 수난을 주는 왕과 왕비의 행동이 너무 비정합니다. 심봉사의 철없음은 오히려 애교라고 할 정도에요. 버린 자식 바리데기를 어찌 다시 데려가려 하냐는 바리공주의 울부짖음이 오히려 더 수긍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인륜을 잃지 않으려는 바리공주의 정신은 그의 탄생과 운명 만큼이나 고귀하다. 단순한 인간의 감정을 넘어선 행동이라 오히려 더 이해하기 힘든 모양입니다.  바리공주의 효행이 아니라 그의 고귀함이 이야기의 주제라고 생각한다면, 극단에 이르는 수난이 이야기에 포함될 수 밖에 없는 것도 같습니다.

그림은 무척 알록달록하고 예쁩니다. 인물이 일률적으로 예쁘게 그려지지 않아서 오히려 더 독특합니다. 구도가 독특하여 역동적이고 색감이 좋아서 아이와 함께 읽으면 눈에 쏙 들어올 듯 하네요. 문장은 낭독을 목적으로 쓰인 듯 합니다. 소리내어서 읽어보면 운율이 꽤 맛깔스럽습니다. 군데군데 조금 어렵지 않은가 싶은 단어들도 있지만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네요.

문제는 이 이야기가 동화로서도 좋은 것일까 하는 것이죠. 어른으로 보기에는 바리공주를 죽이고자 하는 부분이 아득바득 해서 이 내용을 아이에게 읽어주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문득 내용이 간결하고 선명해서 오히려 아이들이 바리공주의 수난을 받아들이기 쉽게 하려는 장치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이 부분에서 아이들이 바리공주의 고통을 받아들이기 쉬울 수도 있겠네요.  아이들에게 예쁘고 고운 내용만 읽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바리공주의 수난은 그다지 읽고 싶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나머지 부분의 이야기는 평온합니다.  군데군데 익숙치 못한 상징체계가 보이는 것이 제가 얼마나 우리의 설화에 무지한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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