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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 스트라우스 -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박성래 지음 / 김영사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현 부시 정권의 브레인 역할을 하는 네오콘들을 사상적 지주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에 관한 글 입니다. 네오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레오 스트라우스를 이해해야만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며 이는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네오콘들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레오스트라우스를 그 중심이 놓고 보면 아주 명료하게 이해되곤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을 아는 것은 독도를 지키는 일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 성인들 중, 94년인가 98년 경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전쟁을 준비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당시 '아빠 부시' 행정부는 북한 공격에 대해 세부적인 지침을 마련하고 실행을 앞두고 있었으며 김영삼정부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을 막은 것은 여기저기서 욕을 먹는 카터였습니다. 퇴임 후의 인터뷰에서 김영삼은 자신의 노력 덕이라고 하였으나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미국을 우리나라의 절대적 우방으로 생각하고 절대친미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겁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전략적 우방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요. 무역규모가 크기는 하지만 미국이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작전에 넣고 있다는 것은 국제경제에서 한반도가 사라져도 상관 없다는 의미와 같을 것 입니다. 독도를 빼앗기는 것은 바다를 잃는 것에 지나지 않지만, 미국을 모르는 것은 생명을 잃는 것이다, 라는 의미에서 저자는 "미국을 아는 것은 독도를 지키는 일보다 중요하다"라고 합니다. 다분히 선정적인 멘트지만, 일견 타당하기도 합니다.
부시 행정부 2기
부시 행정부 2기에 들어 북한에 대한 묘사가 "악의 축"에서 "참주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저자는 이것을 부시가 네오콘의 담론을 수용한 결과라고 이야기합니다. 이전에도 네오콘은 행정부에서 톡톡한 역할을 해왔으나, 정부를 장악했다고 하기에는 모자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취임사에 영향을 줄 정도로 성장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네오콘의 당수라는 사람이 바로 레오 스트라우스 입니다.
미국이 해 온 일을 통해서 미국을 아는 것은 촘스키 등의 진보적 지식인들을 통해 수십년간 이루어져 온 일 입니다. 하지만 이 레오 스트라우스라는 사람은 우리나라 학계에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전이라면 각 행정부가 기반하고 있는 경제, 정치 이론을 아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저자의 설명대로라면 네오콘의 경우 레오 스트라우스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듯 합니다.
레오 스트라우스
레오스트라우스를 이해하기 위한 코드는 니체와 플라톤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레짐이란 단어는 최근 레짐 트렌스포메이션이니, 레짐 체인지니 하면서 전면에 대두된 어휘이지만 우리나라 행정/외교부는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정권교체 등으로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레짐이라는 것은 고대의 정치적 어휘로 폴리스의 정치, 문화, 경제등 총체적인 측면을 지칭하기 위한 어휘였다고 이야기합니다. 따라서 레짐을 바꾼다는 것은 그 사회를 뿌리에서부터 바꾼다는 의미이겠지요. 마찬가지로, 자신의 사회에 있어서도 레짐의 유지라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레오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은 레짐을 유지에 중요한 방점이 찍혀있다고 하네요. 여기서 니체가 등장하며 좀 이상해집니다.
진리는 없다
읽어본 적이 없어 니체를 이딴 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레오스트라우스는 젊은 시절 니체에 굉장히 큰 영향을 받았는데, 이후 그는 진리는 없다 고 주장합니다. 문제는 신은 죽었으나 대중은 신이 죽은 것을 알지 못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신이 있어 유지되는 사회에서 신의 죽음이 알려질 경우에 사회는 총체적으로 붕괴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래서 진리가 없다는 진리는 소수의 엘리트 들에게 의해 전달되어야 할 뿐 대중에게 알려져서는 안된다는 것 입니다. 마키아벨리는 이런 의미에서 하류 엘리트라고 할 수 있겠죠. 따라서 이런 지식은 비의적 수단을 통해 전달됩니다. 공개적 가르침(고귀한 거짓)과 진정한 가르침으로 나뉘어 있는 식이죠. 그는 플라톤으로 부터 이런 가르침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플라톤 등의 경전 급의 고전들을 읽으면서 그는 뜻이 통하는 제자에게만 이런 가르침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 측면이 현대 미국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측면일 듯 합니다. 비의적인 가르침, 고귀한 거짓말은 단순히 cult를 유지하는데만 사용되지 않습니다. 이 것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에 까지 적용됩니다. 레짐의 유지라는 궁극의 목적-이 것도 후에는 의심받지만-을 위해서는 대중에게 자신의 진심을 숨기고 거짓으로 접근하고 우롱하게 됩니다. 이 들이 실제로는 정치적 자유를 방종으로 몰아 증오하고 민주주의를 우민하다고 혐오함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자유 작전이라는 전쟁명칭을 붙이고,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정보를 조작하는 등의 정치적 파렴치를 저지르는 것에도 이런 목적이 있는 것입니다. 보수주의로서 이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전통이라는 것은 철학자의 발명품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레짐의 유지에 도움이 된다면 고귀한 거짓으로 수용하겠다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부시의 지지율은 90%대로 상승했습니다. 이 것이 그들이 말하는 좋은 레짐이라는 것 입니다.
네오콘이 보는 북한
네오콘들이 자기 나라 학교에서 기도를 의무화 하건, 입대를 권유하건 간에 우리와는 별로 상관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네오콘의 외교정책, 특히 대북 정책입니다. 네오콘들에게 있어 북한은 아주 좋은 적입니다. 레짐의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키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들에게 있어 북한과 거기에 더해 외교라는 것은 레짐, 즉 내치의 목적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 입니다. 그들에게 있어 외교의 미덕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북한과 극동의 평화 같은 것은 미국이 쥐고 있는 한 가지 패에 불과합니다. 북한을 공격하는 것이 미국의 통합을 불러온다면, 네오콘에게 문제는 매우 간단합니다. 네오콘들은 제국주의적 덕목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대 아테네가 제국주의적 욕망에 사로잡혀 몰락해 갔다면, 네오콘들은 미국의 힘이 이미 모든 나라를 능가하며 미국은 제국을 유지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명료하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세계는 미국의 손아귀에 있는 셈이며 미국은 이 도박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죠.
총평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 스트라우스>는 현재 활동중인 기자의 저서로 아주 시기 적절하게 미 행정부의 수뇌부를 구성하는 인물들의 사상적 기반을 설명한 책입니다. 문장이 이해하기 쉽고, 아주 적절한 양의 예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쉽게 죽 읽을 책은 아니어서 읽는 도중의 필기가 필요한 책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