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델라 자서전 -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지음, 김대중 옮김 / 두레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 운동사는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인기 있는 분야가 아니지만, 그의 이름은 이미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이의 한 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있다.  그가 단순한 이론가나 지도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남아프리카의 모순을 온 몸으로 받아들이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무너뜨리지 않은 채 대의를 지키기 위한 고통을 기꺼이 감수했기 때문이다.  그는 남아프리카의, 더 넓게는 세계의 흑인들이 겪는 고통의 해결책으로써 자유와 민주주의, 평등에 대한 이념을 받아들였고, 백인, 지배자에 대한 단순한 증오에서 벗어나 인간 보편을 사랑하면서도 이념을 수행하기 위한 수단을 선택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그리고 자신의 활동이 안겨줄 고난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사람이었다.  더 나아가 그는 스스로 운동의 왕이 되지 않았다. 끊임없이 마음을 열기 위해, 세계를 알기 위해 노력했고, 타인을 수용하고자 했고 기꺼이 반대자를 설득해 나갔다. 이 정도면 공포에 억압받으면서도 기꺼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민중의 힘겨운 걸음을 인도하기에 충분하다.

#2.

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두 부분의 감명깊은 부분이 있었다. 첫번째는 그가 사보타주와 국외 도피, 테러 훈련등의 이유로 반역죄로 기소되었을 때 행한 변론이다(7장 리보니아). 그는 자신의 행위를 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자신의 행위가 단순한 범죄라는 것을 부정하고, 어째서 아프리카의 민중이 비폭력 투쟁을 넘어 더 적극적인 공세로 나아가야하는 가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는 이에 대한 압제자의 억압, 죽음, 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이야기와 함께 ANC가 표방하는 이념에 대해 당당히 설명하고 이를 위한 모든 운동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것은 억압자의 폭제에도 자신은 고결한 목적에 맞게 최후에만 물리적 수단을 사용할 것임을, 따라서 그의 폭력은 증오가 아니라 수단일 뿐임을 천명하고 그의 이념과 대의가 그에게 줄 고통을 기꺼이 수용해 그 자신이 아프리카 민중의 창이 되고자 선언한 것이었다. 그의 연설은 요약에 불과했음에도 감명깊었다.

하지만 가장 감동적인 것은 그가 30년에 이르는 감옥생활의 고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그의 사랑이 백인에 대한 증오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라파트헤이트 체제가 민중의 저항에 의해 막바지에 다다르고 백인 정권이 어쩔 수 없이 정권을 포기해야 했을 때, 만델라와 그의 사람들은 기꺼이 과거의 폭제자를 껴안았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에 대한 부정이나 망각이 아니었다. 이런 정책을 택한 것에는 실질적으로 남아프리카에 아직 남아있는 백인의 권력도 이유가 되었을 것이나, 그렇다고 해도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한 만델라의 노력을 깎아내리지는 못한다. 자신의 억압자를 기꺼이 용서하는 제스쳐를 통해 그는 남아프리카의 미래를 이야기한 것이다. 모든 사람은 그의 동반자였다.

#3.

흔히 혁명사나 투쟁사를 공부하는 수단으로 선택되는 자료 중의 한 종류가 당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개인에 대한 전기적 문헌이다. 이 책은 남아프리카 민중혁명사의 와중의 만델라에 대한 기록이라기 보다는 민중혁명과 섞여들어 그 자신이 남아프리카의 민중이었던 만델라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구태여 그의 삶을 운동사와 떨어뜨려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 책은 민중에 대한 기록보다는 만델라 자신에 대한 기록에 치중하고 있다. 더군다나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그의 시선은 때로는 압제자에 의한 대중의 고통을 모두 반영하지 못한다. 감옥에 들어가 감옥 내 인권 투쟁을 오랜기간 지속했고, 외부와의 연계가 사실상 힘들었다는 것도 그의 기록을 사적 탐구의 자료로 선택하기 힘들게 하는 한 가지 이유이다.

더욱이 900페이지를 살짝 넘는 방대한 분량 역시 하나의 걸림돌이다. 차라리 그가 평생을 바쳐온 이념에 대한 간단하지만 내실있는 에세이 였다면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책을 읽는 아주 사소한 "고통"이 그를 알아가는 달콤한 열매를 선사하고, 스스로를 뒤돌아보게 한다는 것은 장시간의 독서가 주는 지루함을 기꺼이 넘어서게 한다. 이 책은 분명 내용을 꽉 채워 담고 있는 책은 아니지만 힘겨운 독서를 지속해왔던 이라면 잠시 숨고르고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 현재 민중운동,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 역시 그의 삶을 찬찬히 바라보면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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