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삶을 중심에 두었을 때 죽음과 에로티즘은 양 극단에 있다. 에로티즘이 은밀한 삶의 환희라면, 죽음은 공공연한 삶의 종결이다. 그러나 종교적 도상이나 문학등을 보았을 때, 다른 모든 관념을 걷어내고 나면 에로티즘과 죽음은 아주 긴밀하게 동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에로티즘이 어째서 죽음과 동반되는가, 죽음의 순간이 어째서 에로틱한 기호로 나타나는가에 대한 인문학적인 설명의 수용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에로티즘과 죽음은 우리의 삶과 아주 모호하면서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기류미사오의 새 책의 원제가 "(알고보면 매혹적인)죽음의 역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이전에 먼저 출간되었던 다른 책과 같은 저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이런 제목을 지은 것 같다.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죽음의 역사이다. 아니, 흥미를 끌 만 한 역사적 사실의 나열이다. 책의 각 에피소드들은 쉬엄쉬엄 읽어도 재미있다(재미 말고는 별 가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다섯 가지의 주제로 장을 분류하고 그 아래 짧은 글들이 묶여있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구태여 분류에 따라 읽지 않아도 무관한 내용들이다.

 

저자는 첫 문장에서 바타이유를 인용하고 있지만 이 책이 얼마나 바타이유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기류미사오의 전 책을 좋아했다면 사서 읽어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바타이유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히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은 그다지 편하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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