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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남경태 지음 / 들녘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목차를 보자. 일단 사전인 만큼 목차의 각 항목은 가나다 순으로 나열 된 단어 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단어는 철학과 사회과학, 경제학 심지어는 자연과학 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있다. 하지만 각 단어의 간격이 너무 멀다. "노동"항목과 "달력"항목 사이에 어떠한 중요한 어휘도 없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분야별로 어휘의 목록이 충실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목차만 보아도 그렇다. 사전은 사전이되 사전답지 않은 사전이다.
저자는 서론에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는 "내 멋대로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쓴 개념어 사전" 이다. 때문에 그는 항목의 구성에 있어서, 그리고 분포 분야에 있어서 기존의 사전의 덕목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냥 자신이 설명하고 싶은, 혹은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을 설명할 뿐이다. 이런 방식은 단순히 항목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각 개념을 설명하는 방법에 까지 적용된다. 저자는 개념을 "사전적으로 설명하기 보다는 그것의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인문학의 개념들은 각각이 외로 떨어져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각 개념들은 연쇄적이다. 한 개념이라고 해도 "전방위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이미지 적인 설명은 유용하다. 더군다나 일상어의 사용에서와는 달리 학문적인 어휘의 사용에 있어서는 각 화자 사이의 미묘한 의미의 차이가 전체 맥락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일으킬 수 있다. 같은 "자유"라는 어휘를 쓰는데 있어서도 경제학자와 정치학자는 상당히 다른 의미에서 어휘를 사용하는데다가 심지어 같은 정치학자들이라고 해도 각각의 사이에는 커다란/혹은 사소한 의미의 차이가 있다. 때문에 개념을 인문학적으로 설명하는데 있어 사전적 정의 방식을 사용하기란 힘들다. 그렇다고 현재까지 사용된 모든 용례를 설명하는 것이 이런 문제의 해결이 되는 것도 아니다. 개념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으며,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도 그의 이미지 설명 방식은 어느 정도 유용하다. 실제로 본문을 보아도 각 항목의 설명은 사전이라기 보다는 개념의 에세이에 가깝다. 개념의 역사, 대략의 의미, 관련 사실 등이 스케치의 선 처럼 얽혀있다. 때문에 사전답지 않게 비교적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가볍지는 않다. 개념을 전방위 적으로 읽을 수 있는 기회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다양한 분과의 학문을 종횡무진하며 주관적인 이야기를 펼쳐 내고 있는 만큼, 얼마나 공부했느냐에 따라 얻는 것이 다를 것이다. 아주 어린 친구들에게는 사실 그다지 도움이 될 것이 없다. 이런 친구들에게는 차라리 책 마지막의 "참고도서목록"이 아주 좋은 자료가 될 것이다. 주로 도움을 얻을 사람들이라면, 비교적 책을 꾸준히 읽어 온 아마추어 정도일 듯 하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좋은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앞으로의 좋은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급의 독서가라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이런 대중적인 책은 대부분 별 도움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