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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와 존재하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동서고금의 현자들은 세상의 참을 깨우치기 위해서는 '지금 이순간'에 집중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올 초 방한한 틱낫한의 가르침도 지금 이순간에 집중해야 함을 가르치면서 그 수단으로 호흡을 내세우고 있다. 또 에크하르트는 'power of now(지금 이순간을 살아라)'를 통해 모든 시간은 지금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며, 존재는 결국 이 순간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이순간에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지 쉬한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으로 달리기를 행한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 자신의 삶의 변화를 위해 시작한 달리기를 통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깨달음의 근처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달리기는 지금 이순간에 집중할 수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특히 영육의 합일을 달리기를 통해 깨닫고 있으며, 깨달음의 최고 경지인 '무'로 가기 위한 마음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몸과 마음의 일치를 느끼는 순간 마음이 지어내는 온갖 허상들을 넘어설 수 있다.
조지 쉬한의 글을 따라 읽으며, 마음에 다가오는 한 구절을 음미하면서 달려보라. 그것이 명상의 화두가 되지는 않을지언정 달리기를 통해 깨달음의 언저리는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같은 범인들이야 어찌 깨달음의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허나 달리기를 통해 맛보는 짧은 순간의 '깨달음'의 혀끝맛은 일상에서의 많은 불안과 분노를 그냥 '무상함'으로 흘려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 특히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은 필히 일독 또는 다독을 권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이 나오기 몇 년 전 미국인 달리기 친구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원문으로 읽어 본 적이 있다. 영문의 문체는 아주 간결하고 운율감이 넘친다. 소제목들도 동명사형을 사용함으로써 운율과 생동감을 주었다.
아마 번역자가 이를 한글로 표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그래도 역자가 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또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저자의 뜻을 잘 옮긴 것 같다.
오늘 새벽녘에 한글본 일독을 마치고 나서 출근길에 '존재를 향한 달리기'에 정진해야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 번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