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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인 바보가 되지 마라 - 주식투자부터 맞선법칙까지 5천만의 행동경제
크리스토퍼 시 지음, 양성희 옮김 / 북돋움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부터가 참 독특하다. 정상적인 바보? 이 무슨 아이러니한 표현이란 말인가! 무언가 있겠다 싶어 냉큼 책 표지를 넘기고 머리말 페이지를 펼쳤다. 내겐, 책을 읽을 때 꼭 빼먹지 않는 습관이 있는데, 바로 머리말 읽기다. 머리말 읽지 않는 사람이 상당히 많으리라 보지만 나는 머리말을 읽는 것이 즐겁다. 왜냐하면, 그 안에는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책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나, 기타 그들의 사적인 부분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독특한 취미일 수 있다. 그런 소소한 취미 덕분에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었던 책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자 그럼, 내가 후회하지 않았을 그 머리말 속으로 들어가 보자.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인가?
언뜻 들으면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먼저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해 보라.
(1) 당신이 병에 걸렸다고 가정해 보자. 이 병에 걸리면 확률은 아주 낮지만 어느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 사망률을 0%로 만들 수 있는 약이 있다면 당신은 이것을 얼마에 사겠는가? 당신이 지불할 수 있는 최고가격을 제시해 보라.
(2) 당신은 아주 건강하다. 어느 날 한 제약회사에서 신약 테스트에 참가할 사람을 모집하는 광고를 냈다. 이 약을 먹으면 확률은 아주 낮지만 운이 나쁘면 돌연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당신은 얼마를 보상받아야 이 신약 테스트에 참가하겠는가? 당신이 원하는 최고가격을 제시해 보라.
그럼 다시, 머리말에 담긴 저 질문에 대한 해답을 들어보자.
사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져 본 결과 대부분 두 번째 질문에서 요구한 금액이 훨씬 높았다. 당신도 그러한가? 많은 사람이 이것을 당연하게 여기겠지만, 이 결과는 매우 모순적이다.
첫 번째 질문은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죽음의 가능성을 없애고 건강을 되찾는 데 얼마를 지불할 것인가를 묻고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얼마를 보상받아야 건강을 포기하고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죽음을 죽음을 받아들이겠냐고 묻고 있다. 두 가지 질문 모두 '0.01%'의 사망률에 대한 금전적 가치를 묻는 것이므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한다면 그 값은 같은 수준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두 상황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원인은 무엇일까? 그 해답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진실'이다.
자, 당신은 내가 좋아하는 머리글을 보고 흥미를 느꼈는가? 여기에, 이 책의 핵심이 담겨있다. 이 책에서 다룰 내용들이 어떤식으로 전개될 지 미리 보여주는 것이다. 머리글의 내용처럼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범하는 오류를 두 가지, 혹은 세 가지의 질문을 던져놓고 시작한다. 단순, 정보 전달이나 필자의 의견을 주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던져놓은 질문들에 대해 거침없이 선택을 하고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나도 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되짚어 보는 것이다. -한번 휙 훑어보고서 '응, 그렇구나.'하고 만다면 내것이 될 수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러면서, 그가 제시하는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에 동참하게 되었다.
그가 주장하는 이성적인 사람이라는 편에, 나는 근 80%정도 맞는 선택을 했다. '내가 그다지도 이성적인 사람이더란 말인가?'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돌이켜 보니, 이성적이지 못한 행동들이 머리 속에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볼까?
#1. 우연히 10만원이라는 공돈이 생겼다. -어떤 경로로 그런 돈이 생겼는지는 궂이 적고싶지 않다.- 그런데 나는 그돈을 저축하지 않고 지갑에 넣어둔 채 슬금슬금 사용했다. 용돈 기입장이란 녀석과도 친하지 않은 터라 무슨 명목으로 어디에 썼는지 누가 알랴! 지갑에 구멍이 났는지 10만원이란 녀석이 어디로 도망가고 없더란 말이다. 돌이켜보니, 참 허무하게 돈을 써버렸단 생각이 들 뿐이다.
#2. 공연 티켓이 공자로 들어왔다. 하지만, 귀찮은 생각에 가지 않았다. 그런 내가, 사비를 털어 직접 산 티켓이 있을 경우엔 그 먼 거리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꾸역꾸역 차를 타고 공연장으로 갔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 공자로 얻은 티켓이든 내 사비를 털어 산 티켓이든 일정 비용이 소모됐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는데 그것을 간과한 채 공자 티켓은 나몰라라하고, 내가 산 티켓으로 공연을 보러 갔다는 게 얼마나 비이성적이고 '정상적인 바보'같은 행동이란 말인가.
나의 그 바보같은 행보는 많지만, 더이상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여겨 그만두기로 한다. 머리로 하는 생각은 이성적인데 내가 행하는 것은 정말 '정상적인 바보'같은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더라는 것. 무엇이 문제일까? 조금만 골똘히 생각하고 따져본다면 나도 이성적인 행동을 할 수 있었는데, 그놈의 생각이란 녀석과 친해지기가 어려운가 보다. 당신도 나와 같은가, 아니면 그가 말하는 '정상적인 바보'의 대표적인 인물인가?
어쨌거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우리의 익숙한 바보같은 행동에 더이상 놀아나지 말고, 좀 더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읽으면서 당신도 많은 생각을 하게될 것이다. 그러면서 어느새, '응, 그래'하며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어내려갔던 내용을 보여주도록 하겠다.
당신이 미혼의 젊은 여성이고, 내일 친구가 당신에게 소개팅을 해주기로 했다. 친구 말로는 아주 괜찮은 사람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내일 처음으로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만남에서는 첫인상이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특히 여자라면 외모가 큰 영향을 끼친다. 당신은 아주 정성껏 꾸미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집앞에서 놀러온 친구를 만났다. 자, 이제 당신은 친구를 소개팅 장소로 데리고 갈지 말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친구를 데려가는 것이 도움이 될까? 다음의 네 가지 상황에서 각각 판단해 보자.
(1) 당신은 예쁘고 친구는 못생겼다.
(2) 당신은 못생겼고, 친구는 예쁘다.
(3) 당신과 친구 모두 예쁘다.
(4) 당신과 친구 모두 못생겼다.
자, 당신이라면 각각 어떤 답을 하겠는가? 저자가 밝히는 해답은 이렇다.
(1) 당신은 예쁘고 친구는 못생겼다면 친구와 함께 가야한다.
(2) 당신은 못생겼고 친구는 예쁘다면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3) 당신과 친구 모두 예쁘다면 반드시 혼자 가야 한다.
(4) 당신과 친구 모두 못생겼다면 함께 가야 한다.
이유가 무언지 당신은 궁금할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나는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약오르는가? 그럼, 직접 읽어보라. 나는 이 책의 내용을 당신에게 일일이 알려줄 권리도 의무도 없다. 당했다 싶으면, 이 내용이 정말 궁금해지면 당신이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나의 심술보가 발동한 것이다. 하하하.
이 외에도,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실례들이 담겨있다. 절대 지루할 새가 없다.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이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맞선에 성공하고 싶고, 어떤 선물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회사에서 성과급을 주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 일인지 궁금하거나, 당신이 판매자의 입장이거나 구매자의 입장이라면 더더욱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어떠한 이도 비껴갈 수 없다. 어느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이다.
이 책을 다 읽고나면, 저자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정상적인 바보'같은 선택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선택을 하기를 바라며 나의 감상문에 마침표를 찍어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