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토지 제1부 1 - 박경리 원작
박경리 원작, 오세영 그림 / 마로니에북스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토지라 함은 어려서부터 드라마로, 책으로 수도 없이 접해왔던 작품이다. 그만큼 대작이란 말이렸다. ㅡ이상하게도 나는 요즘에 나오는 로맨스나 기타 소설 등은 별로 흥미가 가지 않는다. 이전 작품들이 재미있게 느껴진다. 가장 흥미있어 하는 책은 외국과 우리나라 고전문학, 역사 소설, 생활철학 부문이다. ㅡ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던 이야기가 만화로 새롭게 태어났으니 어찌 기대를 안할 수 있겠는가만, 책을 펼치고 읽는 내내 두 눈과 양 손이 쉴새없이 움직여댔다.  

 

   과연, 원작의 그 느낌을 잘 살려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금방 숨죽이며 몰입하게됐다. 또한, 책의 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작품 소개와 등장인물 소개란이 있어 책을 읽기 전,후로 이야기를 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내가 젊은 세대라 그런지 젊고 신선한 그림체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 만큼은 오세영님의 그림체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토속적이고, 우리의 전통 문화를 잘 묘사하고 감정을 잘 드러낸 듯한 표현력에 내심 흐뭇하다.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채색 작업이 이루어진 것 같은데, 깔끔해서 좋긴 했지만 손맛이 그립기도 했다. ㅡ요새 컴퓨터로 그림을 그려서인지, 이전에 손으로 직접 그리던 그 손맛이 많이 그리운 시기이기 때문일까.ㅡ 수작업으로 이루어졌으면 더 멋진 작품이 나왔을까 하고 잠시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러려면 이 방대한 스토리를 언제 만나보게 될지 까마득하기 때문에 금방 생각을 접었다.

 

   정감있는 그림체와 토속적인 말투가 어우러져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등장인물 저마다의 생생하고 리얼리티한 표정들이 나를 울고, 웃게 만들기도 했다. 소설로 읽을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 소설을 읽을 때는, 내내 머리속으로 그 장면들을 그리며 글을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때 떠올렸던 나만의 그림과 이 책의 실제 그림과 비교ㅡ내 머리 속에 그렸던 등장인물들의 생김새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생김새를 비교하는 재미가 참으로 일품이랄까.ㅡ하는 재미도 있었다. 소설은 모든 것들을 머리 속으로 그려야한다는 단점이 있고, 드라마는 장면 묘사에 제한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만화에는 그런 단점들을 찾아볼 수는 없다. 물론, 만화가의 재량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매체로 접하든지간에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모두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서희가 아버지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나와 구토를 해대는 장면, 구천이가 깊은 산 속에서 깊은 한을 토해내며 우는 장면이었다. 정말 생생하게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처럼 느껴졌다. 묘사가 잘 되어 그런 것일까?

 

   또 한가지 내가 주목한 것은, 서희의 아버지의 생김새였다. 소설책을 읽으며 내가 생각해왔던 그 이미지보다 좀 더 차갑고 냉랭하고, 살포시 무서운 듯한 인상이 인상 깊었다.

 

   아직 1부의 1권 밖에 읽어보지 못했다. 책을 덮으면서 무척 아쉬웠고, 빨리 서점으로 달려가 다음 책을 사서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게 고마울 따름이다. 또한, 이 책으로 하여금 만화가 더 이상 아이들만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으면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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