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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4살부터 막무가내 8살까지 - 아이의 모든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크리스토프 호르스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이훈구 감수 / 책그릇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아이들의 특징을 콕 찝어낸 듯한 책의 제목이 참 재미있다. 책 표지의 색상도 눈에 확 들어오고, 삽화 그림체가 젊은 감각에 꼭 맞게 그려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나의 관심을 끌기에 성공한 책이다. 파스텔 톤의 은은한 색상들과 삽화들이 각 페이지에 적절하게 사용되어 책 읽기에 부담도 되지 않고, 잡지 보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주목성, 가독성에 중점을 둔 것 같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하는 행동에 난처함을 느끼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기도 했을 것이다. 아이가 하는 골치 아픈 행동이 자신의 어릴적 모습이나 주변 아이들의 모습과 너무 똑같을 때 당황해 본 적 있는가? 예를 들어, 아이가 바닥에 주저 앉아 다리를 쭉 펴고 발버둥치며 떼를 쓰는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는 행동을, 남들과 똑같이 한다는 것이 실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물론, 그 상황이 벌어질 당시에는 난처함과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아이들이 부모를 난처하게 하고, 화나게 하고, 귀찮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한 네 가지 성가신 행동으로 분류해 놓았다.
1) 귀찮게 굴기
: 예쁜 짓으로 관심을 끌지 못하면 고의적으로 못되게 굴어 미운짓으로라도 관심을 끌려 한다.
2) 힘겨루기
: 부모를 마구 조르고, 벌컥 화를 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거나, 상대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으며, 가끔 거짓말도 하고, 게으르고 성의
없는 태도를 취한다.
3) 앙갚음
: 성난 눈길로 부모를 바라보고, 모욕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부모를 웃음 거리로 만들고, 부모의 도움을 거절하거나, 난폭해진다.
4) 의기소침
: 의기소침해지고, 쉽게 포기하고, 못한다는 핑계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응석을 부리고, 자립성을 포기한다.
모든 행동을 이 네 가지로 정확하게 구분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분류하여 조금 더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가깝게 다가서려고 한 것 같다.
아이들과의 마찰이 빚어질 경우,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책에선 이리스 전략을 제시한다.
Innehalten : 멈춤
- 자기 자신을 향해 "멈춰!" 라고 말하자. 흥분한 상태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 갈등이 고조되지 않도록 예방하자.
Respektieren : 존중
- 아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아이는 부모의 화를 돋우기 위해서 그렇게 행동하는 게 아니다. 자기가 부모의 눈 밖으로 사라지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것이다.
Ignorieren : 무시
- 아이가 성가신 행동을 저지를 때는 가급적 개입하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러나 성가신 행동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이의 존재 그 자체를 무시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부모는 분노가 쌓이기 전에 가급적 빨리 행동에 나서야 한다.
Selbst handeln : 행동
- 단기적으로는 금방이라도 갈등이 터질 것 같은 상황에서 즉각 벗어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일상생활에서 아이에게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 줌으로써, 아이가 성가신 행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해소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비슷한 대립이 언제고 다시금 발생한다.
이책의 대부분의 해결 방안으로 이 이리스 전략을 내세운다.
어쩌면 너무 뻔한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실천이 어려울 뿐.
아이들이 떼를 쓰고, 부모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반대로 행동하고, 미운짓을 서슴없이 해대는 통에 골머리를 앓지만 정작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골똘히 생각해보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당장에 화부터 내는 부모들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나도 그 틈에 끼어있는 한 엄마이다. 아이도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을 때, 나도 모르게 화를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화를 내고 돌아서면 가슴이 무너지지만... 감정을 억제하기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좀 더 아이의 입장을 생각해주지 못했구나 싶으니 많이 미안하고 아이가 안스럽다.
아이와 부모간의 갈등은 이런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부모는 부모대로 사회 생활의 연장선으로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고, 아이는 자신에게 더욱 관심을 갖고 함께 해주기를 바라는 자그마한 소망이 있을 것이다. 이런데서부터 소소한 마찰이 생기는 것이리라. 아이에게 귀찮다고 화를 내거나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면 아이와의 골은 더욱 깊어만 갈 것이다. 좀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우리 부모들이 조금 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사랑받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적은 시간이라도 진정으로 사랑을 표현한다면 아이와의 갈등은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나 우리의 아이와 비슷한 행동 패턴을 보여주고,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는 책.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 하루 아침에 이대로 실천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차근차근히 조금씩 지켜갈 생각이다. 온전한 사랑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야 아이도 바르게 자라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