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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매혹적인 죽음. 참 아름다운 표현 아닐까? 죽음 앞에 멋진 수식어가 붙는다는 사실이 어쩌면 나를 더 이책을 읽어보게끔 홀리지 않았나 싶다. 어쩌면 내가 겪은 죽음 때문에 더 끌리는 지도 몰랐다. 나에게 만큼은 죽음이란 것이 비껴갈 줄 알았는데, 나의 아버지의 임종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쓰라림이 가슴팍을 갈기갈기 찢었다. 정말, 죽음은 누구에게나 드리워지는 시기만 다른 검은 그림자인가보다.
학창 시절 나도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다. 어떠한 해답도 얻지 못했지만 당시에는 습관처럼, 단순히 유행처럼 "죽고싶어."란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었다. 무엇이, 사춘기 소녀의 여린 마음에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만들었을까. -세상에 살아가는 누구나 한 번쯤은 죽음을 고려해 봤을 것이다. 아닌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지금 나에게 누군가 죽으라고 말을 한다면, 난 '아니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분명히! 죽을 용기조차 없기 때문이다. 사춘기 시절에도 죽을 용기는 없었다. 그저 습관처럼 내뱉었을 뿐.
나처럼,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 사람들은 모두 어떤 해답을 얻었을까? 나는 그저 실행에도 옮기지 못할 "죽고싶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겁쟁이였을 뿐이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심정에서 그런 결정을 내리고 실천에 옮겼을까? 이 책의 4장에서는 자살을 둘러싼 기담에 대한 내용을 늘어놓는다.
고대 그리스나 로마에서는 이런저런 자살 가운데, '명예를 위한 자살'만을 순수한 죽음으로 인정해주었다. 이를테면, 병사가 적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시도한 자살이나 여성이 정조를 지키기 위한 자살, 병이나 노쇠로 죽는 것보다 위엄 있는 죽음을 맞이하려는 자살 등이다. (p.194)
우리나라나 외국이나 명예를 중시하던 사회풍조는 비슷했나보다. 명예가 자기 생명보다 소중했을까? 무엇을 위해 명예를 지키려고 그렇게 안달복달이냐 말이다. 그들 나름의 인생관이 있었겠지만, 나는 조금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니, 그다지 이해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나는 생명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중에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이 정조를 지키기 위해 자살을 하는 것에 화가난다. 사회가 여성을 여성으로 인식하지 않고, 소유물로 인식했기 때문에 자행되어온 관습이 아닐까 싶다.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그 문제에 더 민감할지도 모르겠다. 불쌍한 여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 또 다른 예는 사티 풍습이다. 예전부터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억울하게 죽어야 했을 그들이 너무 가엽다. 남편이 사망했다고 해서 살아있는 아내를 장작불에 몸을 던져 죽음에 이르게 하는 풍습. 내가 옛날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사랑하는 남자의 머리를 안은채 춤을 추어야만 했던 살로메, 자신의 문란했던 성생활 이야기가 담겨있는 일기장을 부인에게 보여주어 가정 파탄이라는 결과에 이르는 톨스토이 이야기 '등의 많은 이야기들이 책에 실려 있지만,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은 내용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욕망했던 것에 대한 열정과 그 뒷이야기들이, 역사적인 한 부분으로 새롭게 태어남으로써 매혹적으로 보이기는 한다. 하지만 결코 아름다울 수는 없다는 사실이 나를 안타깝게 한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다.-
저자는 각 장마다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들을 짐보따리 풀듯 풀어내는데, 한결같이 역사적 사실 전달에만 신경쓴다. 그 이야기에 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채... 받아들이기는 독자 스스로 알아서 해야한다. 그것이 긍정이 될 수도 부정이 될 수도 있다. 내가 특히 우려하는 부분은 자살에 대한 내용이 실린 부분이다. 한창, 자살 사이트니 뭐니 해서 나라가 혼란해지기도 했었다. 연예인의 자살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는 요즈음, 자칫 청소년들이 이 내용을 보고 잘못된 판단을 할까 우려된다. 이 책에서 다른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은 때론 끔찍하지만, 때론 매혹적이게 미화되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책이 특정한 감동을 주거나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역사의 뒤안에 숨어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알려줄 뿐이다. 작가로서 내가 좋아했던 톨스토이의 뒷얘기를 읽고나니 그다지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읽는 동안은 부담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각 얘기마다 사진들도 첨부되어 있어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새로운 역사의 한 부분을 본다 생각하고 흥미롭게 읽기를 바란다. 이런 이야기들은 무섭도록 매혹적이지만,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아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