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제공현대문학 핀 049<태초의 냄새>- 김지연무던한 입맛과 취향을 가진 k. 행과불행에도 적당히 무디며 할머니의 죽음과 s의 죽음이라는 상실의 경험 앞에서도 '운' 이 나빠서였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소설은 팬데믹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초기에 운 좋게 감염을 피했던 k는 결국 코로나에 걸리게 되는데 처음엔 냄새가 나지 않는 후각상실후유증을 앓다 끝내 악취만 맡게 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이젠 제법 지나간 일이 되어버린 팬데믹 초기의 배경이나 상황이 핍진하게 묘사되어 있어 그 당시의 일들을 생생하게 떠올리게 했다. 의도하지 않았던 거대한 재난앞에 왜 하필 k에게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생각해보다 삶은 언제든 내게 훅을 날릴 수 있고 그대로 나가 떨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유고 의미고 따질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서는 안된다는 것. 우리 모두 어느 면에서는 적당히 회피하면서 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면에선 적당히 무디고 타협적인 k의 모습이 공감이 많이 됐던 소설이었다. 👇책 속 한줄🔖p72 반성할 때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의, 아무런 문제가 없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는 있으리라고 . 잘못된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면서 이제부터는 제대로 해낼 수 있겠다는 예감에 휩싸이기도 하는 것이다. 전과 같지는 않겠지만 전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런 기분이 삶을 견뎌내는 힘이 되기도 한다. 때론 죄악감이 달콤하게 느껴지는 이유였다. 🔖p111 태초에 냄새가 있었다면 그 다음엔 뭐가 있었는데? 그날 꿈에는 할머니가 나왔다. 아무 옛날에 k가할머니에게 했던 질문이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 다음엔 작은 바람이, 입김이라고 부를 만한 그런 바람이 있었지. 🔖p113 냄새를 코로만 맡는다는 게 사실일까. 그렇다 하더라도 냄새의 인상에 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코만 동원되는 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역겨운 땀 냄새에 대해 역겹다고 손가락질할 수만은 없었던 것처럼, 🔖p116 주지할 것은 감각은 공통의 경험에서 촉발된다하더라도 지극히 개인적이라는 사실이다. 감각은 수치화되어 비교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 관찰되거나 타인의 것과 교환되지 않는다.감각에 대한 인식은 오직 당사자의 발화를 통해서만 이해되는 것이기에(...)-작품해설 중(천희란)🔖p123 삶의 수많은 고통과 슬픔이 다른 긍정적인 경험들과 동일하게 타인과 우리를 연결하며, 비극과 죽음을 적극적으로 사유하지 않는 삶에 대해서는 사랑과 연대의 가치들도 초라해지고 만다는 사실을. -작품해설 중(천희란)📍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