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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 - 우리는 왜 검열이 아닌 표현의 자유로 맞서야 하는가? ㅣ Philos 시리즈 23
네이딘 스트로슨 지음, 홍성수.유민석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0월
평점 :
어리석고 악하고 위험한 말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급진적인지 아실 겁니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아이디어입니다.
-저자와의 대담(p297)
저자 네이딘 스트로슨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법률가 100인에 올랐고 이미 표현의 자유와 혐오에 관련된 여러 저서를 펴낸 바 있다.
먼저 혐오표현이라는 용어에 대해 알아보자.
혐오표현(hate speech)이라는 용어의 단일한 법적 정의는 없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핵심 의미는 역사적으로 차별의 대상이 된 특정 집단에 대해 또는 차별의 기초가 된 특정한 개인적 속성(예:인종, 종교, 성별,성적지향 등)에 대해 혐오 또는 차별적 관점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 용어는 단일한- 특정한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특정한 개념 정의를 가진 법률 용어가 아니며 오히려 광범위하고 다양한 표현을 낙인찍고 금지하기 위해 사용된다.
현재 제법 많은 국가가 혐오표현 금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고 표현의 메세지가 탐탁지 않거나 , 불온하거나, 두려움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표현을 처벌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인기없는 반대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을 억압하기 위해 시행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한다.
혐오금지표현법은 어떤 메세지가 임박한 , 심각한 해악을 초래해서가 아니라 , 단지 그것이 탐탁지 않거나 ,불온하거나 , 두려움을 준다는 이유로 표현을 억압하도록 허용함으로써 관점 중립성 법칙과 긴급성 원칙을 위반한다. 우리가 말하면 안되거나, 들으면 안 되는 말과 사상을 선택할 권한을 정부에게 부여하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의 본질이자, 민주적 자치를 위한 필수 요소인 사상의 자유를 질식시키는 것이다. 혐오금지표현법들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것, 이법은 긴급성 원칙이나 관점 중립성 원칙을 준수하지 않기 때문에 이 원칙들이 정부의 재량에 부과하는 제약이 없다. 다시 말해,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판단할 권리를 정부에 부여한다는 것을 입증한다는 것이다.
특히 7장에서 주장하는 바, 실제 혐오금지법을 가진 많은 국가는 차별을 줄이는 효과를 거의 경험하지 못했고 특히 독일에서는 혐오표현금지법이 있음에도 나치즘이 부활했다고 함, 되려 역효과를 내거나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헌법적 결함과는 별개로 혐오표현금지법은 나쁜 공공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혐오표현과 혐오표현금지법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다. 핵심용어 및 개념을 비롯하여 현실적 문제, 실천적 대안과 쟁점, 부록의 저자와의 대담까지 방대하지만 꼼꼼함에 놀랐던 책이다. 저자는 혐오표현금지법에 반대할 뿐, 혐오표현을 방치하자는 입장이 아니다. '문제에는 동의하지만, 해결방법은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닌 더 많은 표현으로 대처하자는 것, 이른바 대항표현을 주장한다. 교육, 홍보, 논쟁과 설득, 캠페인 등 비검열적인 방법으로 맞설 것을 제시한다.
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뜨거운 쟁점으로 , '법 제정 여부'에 지나치게 매몰된 한국사회에서 눈여겨볼 사한이다.(저자와 역자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 시급하다고 봄)
혐오와 혐오표현금지법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책 추천! 전반적인 내용을 빠르게 파악하고 싶다면 부록 '저자와의 대담' 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좋겠다. 지금 이 시점 너무나 필요한 책이 아닐까.
p262 누구도 피부색이나 배경이나 종교 때문에 다른 사람을 혐오하도록 태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혐오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틀림 없으며, 그들이 혐오하는 법을 배울수 있다면 사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 넬슨 만델라
p268 개인으로서 우리가 누구이고 어떤 사회집단에 속해있든 우리는 우리를 대상으로 하는 혐오적이고 차별적인 말의 해로운 잠재력에 저항할 수 있고 또한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말에 더 민감해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한다. 요컨대 우리는 자신을 위해서는 두꺼운 피부를 발달시키고 ,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더 얇은 피부를 발달시켜야 한다.
p286 우리 모두는 중요한 대의를 촉진하기 위해 가장 본질적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즉, 침묵하지 않을 권리 말이다.
p313 편견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편견이 있는 사람들과 실제로 접촉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접촉을 통해 우리와 다른 인종이 수백만 가지 다양한 정체성 요소 중 그저 하나에 불과한 차이를 가진 개인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