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배신 -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
김영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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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자이며 문화심리학자인 저자는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다. 앞서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랬습니다>를 펴냈다.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다 잘할 수 있을까'란 부 제목이 뇌리에 박힌다. 살아보니 노력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씁쓸함이란...한 두장 넘겨보니 마이클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을 연상시켰다. 궁금한 마음에 얼른 펼쳐들었다.
저자는 대한민국을 '노력신봉공화국', '노력맹신사회'라 칭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열 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 이 속담들의 뜻은 무슨 일이든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다는 말이 되겠다.뒤집어 말하면 모든 문제는 노력의 부재로 야기된다는 뜻. 최근에서야 워라밸 혹은 저녁이 있는 삶을 지향하는 추세이지만 노동시간은 여전히 최장시간을 달리고 있는 대한민국이 노력을 맹신하게 된 이유를 제시하는데, 일단 서양문화권과 동양문화권의 차이점이 퍽 흥미롭다.  서양사람들은 사람이 변하는 것이 어렵다고 본다. 태어날때부터 특정한 기질과 품성,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하는 것이 어렵고 변할 필요도 없다고 보는 것, 그렇지만 세상은 변할 수 있다고 보는데 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그 변화에도 긍정적이다. 개인의 실패와 낙오, 성공에서도 무수히 많은 변수를 인정한다. 동양은 그 반대이다. 세상은 절대 변할 수 없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 세상과 사회에 대응하지 말고 순응하며 변할 수 있는 자신을 바꾸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고로 모든 실패와 낙오는 개인이 감당해야 하며, 성공 또한 개인의 온전한 능력으로만 성취한 것이라 보기 때문에 사회에 나눌 의무가 없다. 즉 변화의 주체가 세상이 아닌 개인이므로 오로지 개인이 책임이 진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실, 획일화된 삶의 형태, 모든 학생이 대학만 바라보는 과도한 입시경쟁, 소득 불평등,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부재 등등의 사회적 책임의 부재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니까 노력신봉사회에서는 타고난 인지적 능력이나 재능을 테스트하는 건 불공평한 일이기 때문에 타고난 능력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해선 안된다. 노력의 양으로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법인 셈이다. 이런 사회에선 잔소리와 훈계가 많다고 하는데 정말 너무나 공감. 태어난 그대로, 있는 모습 그대로 사는 것은 죄악이고 게으름이라 본다.
그래서 정말 노력은 재능을 이길수 있을까? 저자는 노력 또한 재능이라고 말한다. 재능에 따라 노력의 양이 결정되고 재능을 수반한 노력은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노력은 근본적으로 '자기조절능력'이고, 선천적인 기질이라 본다. p98페이지의 게임, 음악, 스포츠, 학업, 전문직 다섯분야의 연구결과를 보면 모든 결과에서 압도적으로, 노력이 성공을 좌우하는 결정적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성공의 요소는 여러가지로 기회와  적합한 환경, 혹은 운이 될 수도 있다.
재능은 시대와 사회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고 노력신봉사회에서는 누구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때문에 노력이 가치를 상실하고 재능이 압도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책엔 여러 사례와 연구를 제시하며 이 모든 것을 꼼꼼히 설명하는데 그래서 뭐 노력도 하지 말란 건가 싶어 괜히 기운빠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자 왈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면 일단 열심히 노력을 해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엔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하며 명분이 없을 수 있고, 그 결과가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나와 타인의 삶을 몰아세우거나 다그치지 말고 너그럽게 볼 것을 권유한다. 정부는 다양한 자질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그것으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적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또한 빼 놓지 않았다.
노력도 해야 하고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단 한 가지 '노력'이라는 명분 아래 스스로나 타인을 혹독한 시선으로 평가하고 재단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저자의 말이 다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 할 수 있다고 끊임 없이 자기개발을 부르짖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책들의 홍수 속에서 새로운 시각을 정립하고 고민할 수 있어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제공 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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