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혜진 작가는 만화와 웹툰, 추리와 스릴러 , 사극, sf 등 다양상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작품활동을 해왔다. 이전에 '우리가 다른귀신을 불러오나니' 에 수록된 작가님의 작품 '창귀'를 읽었었다. 전설 혹은 민담을  현실 문제와 잘 배합해 기괴하고 환상적이지만 여전히  진행중인 여성 문제를 첨예하게 드러냈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바늘 끝에 사람이' 책 속엔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책 또한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단편에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허나 각각의 주제가 단순히 재미로 읽고 치부하기엔 묵직하다. 

책 소개를 빌려 오자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건을 모티브로 담아낸 표제작 '바늘 끝에 사람이'
-전교조 탄압사건을 담은 '안나푸르나'
-제주4.3사건을 다룬 호러 두편 '할망의 귀환', '단지'
-한국 전쟁의 참상과 설화를 엮은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은'
-군내 성범죄를 다룬 복수 스릴러물 '창백한 눈송이들'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참상과 아픔을 다룬 '너의 손을 잡고서' 이다.

역시 개인적 취향으로는 설화와 호러가 가미된 '할망의 귀환', '단지', '내가 만난 신의 모습'이었다. 신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놓치지 않으며 복수의 쾌감, 오싹함과 미스테리까지 두루 갖춰 흥미롭게 읽었다. 어릴적 읽었던 설문대할망의 이야기를  이렇게 다시 접하니 반가웠다.

그 외 특별히 눈에 띄었던 작품은 리얼한 묘사로 분통터진 '창백한 눈송이들' 과
표제작'바늘 끝에 사람이'
또한 노동자의 인권과 투쟁, 현장을 다룬 리얼함에 마음이 무거웠다.

실제 일어났던 여러 국가 폭력사건을 모티브로 소설을 쓰면서 작가님 또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 시절 일어났던 사건들이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다가 그것이 곧 우리 이웃의 이야기였고 그 상처나 아픔은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렇게 쓰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꼭 회자되어야 할 이야기가 있다는 생각에 세상에 내놓았다는 작가의 용기에 감사했다. 
책을 읽으며 실제 사건들을 다시 찾아보고 되새김하는 시간을 가졌다.
꼭 기억해야 하지만  잊혀지기도 하고 어떤 일은 입막음 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되풀이 되는 아픈 역사가 되지 않기 위해 되려 소설의 힘을 빌려 재 생산되고 다시 언급된다면 ...그런 것이 문학의 순 기능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사실 한편 한편 버릴것 없이 모두 추천하고 싶은 소설들이었다.

🔖P17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인식이 넓어지고 기술이 발달해도 바뀌지 않는 게 딱 하나 있었다. 제손으로 땀 흘리고 일하는 사람을 한낱 공장의 부품인 양 취급하는 것.

🔖P50.먼 옛날에 피부색이 다른 것이, 아직 보호를 받아야 할 어린아이인 것이, '남성가장'이 아닌 여성인 것이, 일할 사람은 차고 넘치게 있다는 것이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아도 될 좋을 이유였던 것처럼, 이제 그들은 몸의 상당부분을 기계로 교체한 사이보그 노동자들을 억압하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세상이 말하는 투사라면, 나를 투사로 만든것은 바로 세상이었다.

🔖p53 기계가 몸의 7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지만 , 나와 내 동료들은 여전히 사람이라고. 짓밟고, 무시하고, 때려잡고, 굶겨죽이고, 사람을 절망의 궁지로 몰아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들어도 우리 모두는 너희와 같은 사람이라고.




-하니포터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