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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이주란 저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선물>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모두 다른아버지>, < 한사람을 위한 마음>, 장편소설<수면아래>, 중편소설<어느날의 나>가 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문장웹진, 창작과비평, 에픽 등 여러 지면에 발표한 8편의 단편을 모아 소설집을 냈다. 이주란 작가의 소설은 처음이다.
표제작 < 별일은 없고요?>의 수연은 퇴사를 결심하고 엄마가 사는 집으로 향한다. 한밤 중 일어난 아랫집 아저씨의 방화사건을 겪은 탓이다. 무심한 애인에겐 며칠째 연락이 없다. 어쩌면 이미 그전부터 지쳐 있었을지도 모른다. 때론 조그만 나비의 날개짓이 큰 폭풍을 불러온다. 수연에게 아랫집의 불, 애인의 무심함 그 일련의 일들이 퇴사라는 큰 폭풍을 불러왔다. 전보다 덜 먹고 덜 울고 더 자며 엄마의 원룸에서 다시금 일상을 꾸려가기 시작한다. 엄마의 공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하고 산책을 하고 복권을 사며 레몬생강청을 담구고 그림을 그린다. 이따금 K의 방문이 일상을 채운다. 목련 눈 꽃이 하나 둘 번져갈때쯤 만난 간결한 성격의 재섭과의 만남도 포함이다. 크게 아픈 일도 기쁜 일도 없는 그야말로 별일 없는 일상이다. 밍숭맹숭 잔잔해 보이지만 단단하게 직조된 일상이 수연의 삶에 뿌리를 내리게 되고 그렇게 한발한발 앞으로 나간다.
사실 대부분 우리의 삶은 특별할 것 없는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며 그런 일상의 패턴에서 안정과 삶을 지탱할 힘을 얻는다.
8편의 소설은 단정하고 분명한 어조로 이별, 죽음으로 인한 단절과 상실에서 다시 그것을 딯고 일어서는 힘, 이 책에선 그런 용기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자극적이지 않고 차분하게 책의 힘을 빌려 일상과 마음을 들여다보기 좋았다.
영화 <리틀포레스트>를 연상케하는 분위기의 소설이 더러 있었고 <어른>에선 작중인물이 직접적으로 언급해서 반가운 마음 !<사람들은>과 <여름밤>은 연작 소설인 듯 은영과 은영의 그 후 이야기가 이어져 흥미로웠다.
#밑줄긋기
p 80 나는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는 중에는 그날의 기억으로 살거나 그날의 마음으로 사는 거라고, 그런 기억으로 살거나 그런마음으로 사람은
p110 왜 지금도 계속하시는 거에요?
안되는 줄 알아도,계속해 왔고 ,계속할 거고
어떻게 그게 돼요?
그냥 하는 거지. 하면 좋으니까.
p114 나는 호박죽을 데워 먹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을 조금 흘린 것은 호박죽이 너무 맛있어서도, 무언가가 슬퍼서도 아니었다. 아줌마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삶의 모든것을 내가 지금 나눠 받고 있다는 무자비한 따뜻함 때문이었다.
p183 언제나 제가 중요한 건 그날들을 다시 떠올릴 때의 기분이나 감정이었습니다. 만약에, 라거나 그래도, 라는 생각을 하면 더 고통스러웠기에 이미 일어난 일 자체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일은 그때 그대로지만 그 후의저는 조금씩 달라지곤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불행이라 생각한 적도, 다행이라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니포터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