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랫폼은 안전을 배달하지 않는다 - 배달 사고로 읽는 한국형 플랫폼노동
박정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저자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의 초대위원장이자 7년차 배달라이더다. 정작 일하는 사람에게 아무런 책임을 지지않는 플랫폼의 구조가 눈에 들어왔고 플랫폼 산업을 공부하며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않는다> <이것이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등의 한국노동현실을 다룬 책을 썼다.
일주일에 꼭 한번은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다. 따지고보면 일상생활에서 매우 가깝고 자주 접하는 라이더분들에 대해 생각해본 것은 그저 빠르고 때론 위험해보이는 주행을 한다거나 늘 바빠보이는 단면적인 모습이 다였다. 그러나 그 이면엔 여러가지 복잡한 이해관계와 사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책은 크게 5장으로 나뉘어 저자의 초보 라이더시절의 경험부터 ai가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지는 플랫폼산업의 구조와 실태와 속사정, 사고와 산재, 배달산업의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까지 알차게 묶었다.
이 책의 핵심은 라이더들이 왜 그렇게 위험한 주행을 할수 밖에 없는지, 플랫폼산업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구조에 대한 이해다.
1건당 3~4천원의 배달료로는 생계에 필요한 소득을 벌 수 없다.고로 끊임없이 핸드폰을 보면서 일감을 차지하기 위해 애쓰는 것인데 알고리즘을 이용해 배달을 시키는 플랫폼기업은 앱상에 배달시간을 표시하거나 라이더의 동선을 손님에게 그대로 보여줌으로서 통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대형 배달기업들은 안전운전을 강조하지만, 신호위반을 하지 않으면 생계비를 벌수 없을 정도의 배달비를 책정한다.음식점들은 직접고용은 하지 않고, 인건비를 줄이려고 하지만, 자신의 가게배달은 아주 빠르게 되기를 원한다. 소비자들은 배달료를 많이 내기는 싫지만 라이더들이 자기 집으로 바로 배달해주기를 바란다. (p92) 각 개인이 개념있는 손님이 되는 것만으로는 배달 재촉으로 인한 라이더 사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입장이다. 결국 여기엔 점주, 소비자, 배달대행업체, 배달앱,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실시간알고리즘으로 배차되는 시스템 역시 '배달료'로 배달노동자들의 출근과 퇴근 ,근무장소를 간접적으로 통제한다. 이로 인해 결국 사고산재로 이어지는 일이 부지기수이며 특히 라이더들이 일을 하며 겪는 사고나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는 것에서 플랫폼 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그야말로 강 너머 불 구경 하는 식이고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되어 있지 않아 사고나 산재를 해결함에 있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는 식이란다. 사람이 하는일에 정작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부록까지 읽고 나니 저자의 절박함과 더불어 그간의 무지와 나 역시 구조적 가해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부끄러움 등 복잡한 감정이 밀려 들었다. (책에 등장하는 갑질-폭언등의 사례에선 정말 인류애 상실 하...할많하않 🤦♀️누가 누굴 혐오할 권리라도 주길 했나) 한번이라도 배달앱을 사용해 봤다거나 혹은 그렇지않더라도, 각각의 개인이지만 어느 누구도 타인에게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밑줄긋기
P137 영국의 노동연구자 필존스는 <노동자없는 노동>에서 플랫폼경제와 위탁계약, 건당 임금이 확대되면서 임금이 도박처럼 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웹툰플랫폼은 작가에게 원고료 대신 최소개런티라는 이름의 제작비를 선금으로 주는데, 추후 작품 수익이 나지 않으면 몇배로 갚아야 할 작가의 빚이 된다. 디지털 선대제다. 공연계에서는 관객의 선택에 따라 공연비가 팀별로 차등 정산되는 일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노동의 대가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일이 점점 늘고 있다.
P272배달노동자가 아무리 혐오스럽더라도, 이륜차가 도로위의 다수인 사륜차에 비해 약자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안전 사고를 막을 수 없다. 배달 노동자가 아무리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 안전 장비를 착용한다 하더라도 도시 전체 구성원들이 안전이라는 가치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배달노동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달노동자의 공장을 안전하게 정비하는 일은 시민 모두의 안전과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P272 배달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 기업은 더 이상 어떤 책임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임금, 고용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이 쪼개지고 유연화되는 것만큼 기억도 쪼개지고 유연화되고 있는 중이다. '책임'이라는 단어가 들어갈 자리에 빈칸만이 존재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