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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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러닝>
-이지

#하니포터5기_나이트러닝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얼룩, 주머니, 수염>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장편소설 <담배를 든 루스>로 제 7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이지작가의 첫 단편집이다.
신춘문예 당선작인 <얼룩,고양이,수염>을 비롯하여 <나이트러닝>을 포함한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표제작 <나이트러닝>을 비롯한 나머지 단편들 모두  부모, 친구의 죽음 ,애인과의 이별을 겪는다. 혹은 신체 한 부분을 잃은 이른바 상실의 아픔을 겪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나이트러닝>에선 남편을 잃고 그리워한 나머지 자신의 팔을 잘라내고 매일밤 다시 자라나는 팔을 끊임없이 잘라낸 나머지 수북히 쌓인 팔을 태우려 불을 지른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며 <얼룩,주머니,수염>에선 사실은 삼백살 먹은 애인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지만  애인이 사준 고장난 밥솥을 버리지 못해 고치려 애를 쓴다. <우리가 소멸하는법>에선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며 왕릉을 돈다. <모두에게 다른중력>은 한쪽 눈을 잃고 의안을 넣게 된 주인공이 익숙했던 모든 것을 떠나 타국에서 홀로 고군분투한다.

최대한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지만  사실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잊기도 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슬픔을 삼키지 못해 주저앉아 버릴지도 모르지만 그들은 다시 일어나 그들의 방식으로 잘라낸 팔을 들고 달리고 숨쉬고 애도하며 생을 이어나간다.비록 고친 밥통은 터져버렸지만...

그리고 그 상실의 시간을 보내고 잘 건너오기 위해선 타인의 온기가 필요하다는 것. 마지막에 실린 <에덴 -두사람 묶음> 편에 이런 말이 나온다.

p250 세상에는 한 묶음 사람이 있고 두 묶음 사람이 있어. 한 묶음 사람은 한 사람 자체로 완벽해서 타인을 필요로 하지 않아 혼자가 편한거지. 모든 결정을, 일상을 혼자 할 수 있는 거야. 오히려 누가 있으면 더 불행할 수도 있어, 완벽한 자신만의 시공간이 필요한 거지. 하지만 우리 같은 두 묶음 사람들은 결코 혼자 지낼수 없어. 그래서 언제나 반쪽을 찾아 헤매게 되고, 꼭 맞는 반쪽이 아니라 해도 혼자 있는 것을 상상할 수 없기에 괴로운 둘을 감수하는 거야.

책을 넘기며 툭툭 마음을 움직이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 문장들을 곱씹어보자니 자른 팔을 들고 달리던 <나이트러닝>의 그들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밑줄긋기

p14 큰 슬픔 앞에서 사사로운 불행은 폼을 잡지 못하는 법이다. 슬픔의 위력은 대단하다. 슬픔은 우리를 발가벗기고 초라하게 만든다. 우리는 아주 작은 일에도 웃고, 달리고, 노래한다. 그래야 슬픔의 힘에 눌리지 않기 때문이다.

p20 사는 일은 왜 항상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울까. 어째서 중간은 없는 걸까.

p58 어차피 산다는 건 시간을 좀먹는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젊음, 그리고 적당한 꾸밈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얼굴을 지니고 있지만 내면은 사납고 불안하다. 언젠가 외모는 내면을 닮아갈 것이다. 싫으나 좋으나 그때까지 살아야만 삶이 끝난다.

p64 슬픔은 슬픔이라는 이유로 쉽게 발설하지. 미움, 질투 , 분노 이런것들을 사람들은 주로 슬픔으로 위장해.

p108 사랑에 대해 생각하는 건 무효다. 그럴 시간에 옆에 누워있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 더 사랑에 가까운 것 아닐까. 죽음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소용없다. 그건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소중한 사람이 죽거나, 소중하지 않았다 해도 알던 사람이 죽으면 그게 뭔지 저절로 알게 된다.

p209 삶은 그렇게 오롯하지도 명징하지도 않다는 점이다. 투박하고 느닷없다.

p242 그게 과연 운인가. 삶의 한 시기를 비워가며 찾아낸, 그것이 과연 운의 영역일까. 우리가 운이라고 여기는 수많은 것들이 실은 오랜 염원으로 자기자신의 일부와 혹독하게 바꿔온 어떤 소망의 결과가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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