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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저
한겨레 21, 닷페이스, 미디어스 등의 매체에서 글을썼고, 칼럼니스트인 페미니스트 작가 도우리님의 책이다.
9장에 걸쳐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한 문화 트렌드를 '중독' 이라는 포맷에 맞추어 한권의 책에 담아냈다. 서문의 글 '자기위로이면서 자해인 것' 에 벌써 느낌 온다.이 책 잼있겠는데?
1장 갓생-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며 타의모범이 되는 성실한 삶을 뜻하는 신조어로 미라클 모닝을 비롯한 소소한 일련의 일상실천을 말함- 아이러니하게도 이 갓생엔 인간들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모순과 이로인해 휴식할때조차 생산성과 쓸모를 생각하는 것, 여성청년에게 더 가혹한 갓생의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2장 배민 맛- 배달앱과 먹방, 배달플랫폼의 별 5점 의 딜레마를 다룬다.
(구내식당의 전국민 보급화 시급하다구~이거 대찬성입니다!!)
3장 방꾸미기 -누구나 예쁜 방을 가질 수있다는 인테리어 앱과 체인징 인스턴트식 조립가구의 유행, 사실은 쥔 예산만큼 가질수 있는 인테리어 민주주의의 몰취향과 그에 가려진 주거불안과 그 실태를 담아낸다.
4장 랜선사수 - 업무를 위해 학생시절보다 더 많은 시간과 돈을 쏟고 대체불가능한 일잘러가 되기 위한 노동자의 현실을 다룬다.
5장 중고거래- 명품부터 판매자의 노동력, 이웃까지 사고 파는 중고거래 앱 이용기를 다룬다면 6장은 안읽씹- sns으로 실시간 연결된 톡 포비아를 다룬다.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넘어 제대로 대화할 권리를 확장시켜야 할 것을 제시한다. 7장 불안을 상품화한 치유비지니스(사주풀이, 신점, mbti의 열풍, 8장은 데이트앱, 9장은 sns의 이미지소비와 좋아요에 숨은 심리와 권력을 다룬다.
중고거래 앱, 데이트 앱, 인테리어 앱은 사용하지 않으며 사주를 보지 않지만 mbti를 좋아하고 좋아요에 기분좋아지는 나란인간 ...아침엔 도통 기운이 없어 미라클모닝은 불가능하지만 갓생은 살고 싶어 온갖 온라인 수강앱을 끊고 배달앱은 놓지 못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할 생각에 벅차고 아침아닌 늦은 오후쯤에서야 온라인 수강을 하고 오늘 걸은 걸음 수를 기록한다. 괜시리 오지 않는 카톡을 열어 다른 사람의 프로필 업데이트를 엿본다. 이 시대를 살아간다면 최소 절반쯤은 느슨하게 걸치고 있을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고 그 실랄한 풍경에 피로가 몰려왔다. 아니 이렇게까지 애쓰고 산단 말인가...어느시대건 마찬가지지만 요즘 사람들 정말 열심히 산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작가만의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 시대의 트렌드를 조목모족 잘 집어냈다. 트렌트를 다루는 책이기에 그 시의성이 빨리 닳을까 걱정되었다는 작가의 말이 있었다. 보편에 가깝게 쓰려고 노력했더니 글이 생기를 잃었고 지금 여기에 집중해서 좁게 쓰니 풀렸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았다. 이거 내모습인데... 사찰당한 기분이랄까.
최근 전 국민이 애용하는 카톡 메신저의 서비스 불통으로 난데없는 혼란을 겪었다. 나는 그때 좀 무서웠다. 단일화된 모습으로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괜찮은 걸까. 이 책에서도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걸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카톡이 경제뿐 아니라 권력과 권리의 장이 되었다는 것을 꼬집어낸다. 도우리 작가는 이 사태를 어떤 실랄하고 명쾌한 언어로 되짚어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 그리고 이 모든 트렌드의 중독으로부터 우리는 괜찮고 괜찮다고 작가는 다독인다.
#밑줄긋기
p22 생산성 앱을 우리 몸에 상처자국을 남가지 않은 디지털채찍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날카로운 풍자의 달인인 독일 작가 볼프강m 슈미트의 말이다. 슈미트는 생산성 앱이 엄격한 자기 감시와 자기 징벌 전략으로 "다만(게으름이라는)악에서 구할뿐:이라고 말한다.
p 27 갓생을 위해 커피를 마시는 일 하나에도 , 점심을 먹을 때도, 심지어 취미를 즐기거나 휴식할때조차 끊임없이 생산성과 쓸모를 생각하는 습관 탓에 진짜 삶을 산다는 감각과 멀어지고 있다. 신에게도 안식일은 있었는데 말이다.
p123 문화에 대한 취향은 단지 사적인게 아니고 계급이 첨예하게 구별되는 장이라고.
p143 대화라는 행위자체는 필연적으로 오해할수 밖에 없는 행위다. 하지만 메신저 대화의 핵심 문제는 그저 오해할 여지가 더 많아서라기보다 책임감을 묽히는 데 있다. 책임감responsibility은 상대의 부름에 응답respond할 수 있는 능력ability이다.
p212 노리나 허츠는 <고립의 시대>에서 소셜 미디어의 유해성이 "우리의 사회적 지위를 공개적으로 만든다"라는 점에 있다고 말한다. "아주 평범한 사교모임조차 곧 잘 인스타그램에서 기념되고 스냅스토리에 게시되기 때문에 우리의 부재는 쉽게 눈에 띈다"는 것이다.
p216 인정받지 못한 현실 노동의 정체성에서 비롯된 자신의 정체성을, 유튜브라는 공간을 통해 표현하고 , 창조하고, 공유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평가받지 못하거나 평하갈수 없는 노동은 조회수와 구독자라는 성과로 가시화되고, 이들은 현실의 노동공간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노동의 수고로움을 인정받음으로써 위로받는다. -이선민
p219좋아요 조회수는 환대가 아니다. 평론가 권유리야의 논문<귀여움과 장애, 기형적인 것의 향유>에 따르면 "공적 시스템에 의한 돌봄을 확신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유머, 사교성, 언변, 충성심, 공감의 태도, 아름다움과 같이 사적인 매력이 사회적 생존을 결정한다. 따라서 한 사회에 귀요미가 많다는 것, 그만큼 그 사회의 권력이 안정적이지 못함을 의미한다.
📌하니포터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