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부수는 말 -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이라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말을 부수는 말 >
이라영
-왜곡되고 둔갑되는 권력의 언어를 해체하기

#하니포터4기_말을부수는말

지방소도시에서 거주중인 미혼여성이고 이성애자다. mz세대에 발가락 끄트머리 걸치고 있는 삼십대이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지내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나를 설명하는 요소들이 어떤 면에선 권력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그 깨달음과 동시에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이 책은 머리말부터 끝까지 그런 감정을 감당해야한다. 솔직히 그 과정은 매번 유쾌하지 않았고 때론 피로감이 몰아쳤다. 그럼에도 그 시간들이 귀하다는 것을 책을 덮고야 알았다. 내가 독서를 하는 이유를 찾았기 때문이다.

반가운 이라영작가님의 신간이다.
예술사회학 연구자이자 여러권의 저서를 통해 소수와 약자를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온 분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세분화되었다.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이었다.

   <고통,노동, 시간, 나이 듦, 색깔, 억울함, 망언, 증언, 광주/여성/증언, 세대, 인권, 퀴어,혐오, 여성, 여성 노동자, 피해, 동물, 몸, 지방, 권력, 아름다움>의 21가지 화두를 잘게 쪼개어 각 주제서 드러나는 권력의 언어와 그 실상을 조목조목 해체시켜 보여준다. 권력의 언어가 있다면 그에 대응하는 저항의 언어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저항의 언어는 정확한 언어에 가까운 것이다. 사물, 사람, 세계 등에 대한 인식 체계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 언어다. 혐오의 말은 너무나도 빠르게 증식하지만 저항의 언어는 더디다. 정확하게 말하는 것은 정확하게 보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권력이 정해준 언어에 의구심을 품는다는 것, 그것은 각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고로  작가의 말에서 미리 저자는 말해두었다.
(p10) "나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화두를 던지기 위해 쓴다. 권력의 말을 부수는 저항의 말이 더 많이 울리길 원한다." 라고 이 책을 쓴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약자나 소수의 발언은 표면으로 이끌어내지는 것조차 쉽지 않고 가까스로 수면에 떠올랐다가도 잊혀지기 일쑤다. 일상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혐오와 편견에 나도 동참하고 있는 것 아닌지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지금 현 시대에서 불거지고 있는 여러 갈등과 이슈를 다루고 있어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개인적으론 정치인들의 망언을 따로 다뤄줘 정말 속시원 했음👍

#밑줄긋기

P22 은폐된 고통에 이름을 붙이고 구체적인 서사를 채우는 일은 비명을 언어화하는 작업이다. 비명 속에서 말을 찾고 고통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아갈 때 고통의 연대가 구체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P272 이 세계의 모든 약자가 가지는 공통점은 언어가 없는 물질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p287 당연히 모든 사람이 모든 문제에 동일한 관심을 보일 수는 없다. 그러나 '관심없음'을 입 밖으로 뱉어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관심이 없어도 괜찮은 자신의 위치를 드러내는 권력행위이기 때문에 놀란다. 고통의 우선순위가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은 이 사회의 권력이 정한 고통의 크기에 의구심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무관심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게 권력이다. 타자의 고통에 대한 감각이 없고,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앎을 적극적으로 모르려고 하고, 모르지만 판단할 수 있다는 확신이 모이면 바로 죄의식 없이 폭력을 저지르게 된다.

p296목소리 없는 자들은 없다. 듣지 않거나 침묵을 강요당할 뿐이다.

p331권력의 언어를 체화하지 않으면 권력에 맞설 수 없는 구조야말로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들을 필요없게 만든다. 나아가 권력의 언어를 갖추지 못한 이들을 조롱하고 괴롭혀도 머땅한 대상으로 취급하게 된다.

P349 타자의 불쌍함이 나의 사회적 참여의 감정적 원천이 될 때, 이는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저항하는 연대의식으로 향하기보다 불쌍한 대상을 도울 수 있는 나에 대한 우월감으로 빠지기 쉽다. 불쌍한 대상들이 더 이상 불쌍하게 보이지 않을때 순식간에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P354 노동, 예술 , 삶이 분리되면 분리될수록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계층도 분리된다.






📌하니포터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