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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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신작소설집 <트로피컬 나이트>

19년~21년에 걸쳐 릿터 및 여러지면에 발표된 8개의 단편이 실린 소설집이다. 한여름에 읽기 제격인 괴담집인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잼있게 읽었다. 최근 몇 개월동안 본의아니게 이디스워튼의 고딕호러소설을 시작으로 괴담집이라고 봐도 무방할 여러 권을 읽었는데 이 책은 괴담집치고는 부들부들 순두부 맛인듯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는 느낌이었다. (표지디자인부터 이미 마음이 넘어갔음ㅋㅋ )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단절과 고립에서 오는 외로움과 공허함인듯 했다. <할로우키즈>, <고기와 석류>, <릴리의 손>, <가장 작은 신>,<나쁜꿈과 함께> 등의 단편에서 드러난다. 혼자가 되었거나 낮선 곳에 떨어졌거나, 혹은 고립을 자처했거나 그 이유는 다양하고  그들이 외로움을 이겨내거나 혹은 끌어안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특히 <고기와 석류> 편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온전히 혼자가 된 옥주가 괴물 아이 석류를 집에 데려오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신을 해칠지도 모르는 석류를 보살피며 혼자 맞이할 죽음의 공포와 미래에서 오는 불안감을 극복하고 지금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을 얻게 되는 아이러니함에 마음이 뭉클했다. 이렇게 인간이란 모순되고 약한 존재인 것을. <릴리의 손>은 틈을 통해  다른 시간대에 떨어진 이들을 구조하던 릴리는 불의의 사고로  낮선 세상에 떨어지게 된다. 릴리는 새로운 세상에서 자신의 동료였던 연주가 되고 함께 떨어졌던 연주의 손을 의지하며 연주와 연결되어 있음을 매 순간 확인한다. 그것은 생을 이어나가는 힘이었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 이해에서 이어지는 연대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론 <푸른머리칼의 살인마>
가 좋았다. 한편의 동화를 읽는 듯 이야기는 아름답고 서글펐다. 문 너머의 무수히 많은 시간대를 넘나들며 생을 보낸 주인공 블루에겐 어쩌면 많은 시간 미래와 과거를 걱정하고 후회하느라 현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안에서만큼은 영원을 상상할 수있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바람이 인상깊었다. 앞으로도 영원을 담은 더 질긴 이야기들을 가지고 돌아오길 기대한다.




📌하니포터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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