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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편지에 마음을 볶았다 - 귀농하고픈 아들과 말리는 농부 엄마의 사계절 서간 에세이
조금숙.선무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평점 :
"지금 이순간에 척박하지 않은 곳이 어딨겠습니까. 도시도 시골도 살아내기 퍽퍽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고자 하는 곳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필요한 곳은 용기입니다."
- 선무영
변호사를 꿈꿨으나 진로를 바꾸고 귀농을 꿈꾸는 아들과 귀농한지 10년, 농사를 짓고 있는 어머니와의 편지를 묶은 서간에세이다. 장장 사계절을 거친 긴 시간이 책에 녹아있다.
아들은 귀농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꼭 해야하는 이유와 해낸 그 과정을 썼다면 , 어머니는 그에 맞추어 귀농을 반대하는 이유을 세세하게 열거해 방어해 내는데(?) 그 리얼함에 놀랐다. 내가 농촌에서 자랐고 늘 봐온 부모님의 모습이 글에 생생히 담겨있었다. 이것이 찐 농촌, 정확히는 소작농의 모습이 아니던가. 그래서 아들보단 어머니의 글에 더 공감하며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전의 나라면 확연히 그랬을 것이다. 농촌에 오면 다 해결될 줄 알아? 쉽게 귀농을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나 역시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어딜가든 그곳이 생활이 되고 일상이 되는 순간 생의 고단함이 따라온다. 시골에 대한 편견과 무지에 진저리를 쳤다.
그런데 나 역시도 도시의 생활을 접은 지금 아들의 글 또한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다. 동경하지만 한편으론 도망치고 싶어했으며 서울공화국 어쩌구 저쩌구 이죽거리던 나였기에.
책을 읽는 내내 아들의 글에 그렇지 하고 공감했다가, 또 어머니의 글에 그럼요, 맞고 말구요! 하며 맞장구를 쳤는데 독자를 설득시키는 두 분의 글 솜씨에 연신 고개가 끄덕여짐(다른 가족분이 쓰신 이야기도 간간히 나옴.)
그래서 아들은 귀농에 성공했을까. 그렇다. 괴산으로 내려가 소농민 스타트업 찐촌바이브를 시작했다.
누구든 살고 싶은 장소와 시간, 삶을 그릴 수 있어야 하고 끊임없이 그 고민을 하며 살아간다. 설령 그것이 조금 다르다던가 실패한다 해도 격려와 다시 일어설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나 제도가 뒷받침 된다면!
긴 시간에 걸쳐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관한 오해를 극복하고 이해하는 모습이 좋았다. 서로를 알아가며 이해가고자 대화를 시작한다면 타협하지 못할 이유가 있을까싶고.
지방, 소도시, 특히 농촌 그곳에서의 생활을 다룬 찐농부의 글을 보고 싶다면 이 책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러고 보니 어쩜 책과 글마저도 대 도시의 생활과 삶 위주인지 ㅎㅎ 다양한 곳에서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들이 더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며...
삶의 모습이 획일화될수록 이해와 소통의 기회는 단절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밑줄긋기
p130 이효리 씨처럼 다 갖춘 듯한 분들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 저처럼 무엇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 사람이라도 시골에서 흙과 함께 의미 있는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누군가 그걸 또 참고 하지 않을까요.
p217 삶을 향기롭게 하려면 용기가 꼭 함께해야 하는 것 같아. 나이가 들어서도, 소소한 일상에서도,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하니포터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후기를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