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 예찬 - 은둔과 거리를 사랑하는 어느 내향인의 소소한 기록
김지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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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긋기

P7. 어느 순간 내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혼자하고 싶은 일을 함께하고, 웃고싶지 않은 농담에 응대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원치않는 공동의 욕망을 좇는 동안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것은 내가 좋아하거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에 대한 의욕이었고, 정작 귀하게 여기고 싶은 관계와의 대화였으며, 무엇보다 나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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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9 무엇보다 잊고 싶지 않은 것은 나라는 존재가 타인에게 유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의 자각과 그로인한 배려의 감각이다.
(중략)하지말아야 할 일들의 경계를 예민하게 설정할 수 있는 사람만이 최소한의 자유를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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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04.사물을, 공간을, 세상을  피상적으로 보는 대신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적절한 거리와 여백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시시때때로 나와 세상사이의 공간에 카메라를 끼워 넣는다. 나의 아름다운 한때를 타인으로 하여금 발견되게 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스로를 주체가 아닌 객체로, 그러니까 타인의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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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6 어제와 같은 오늘과 오늘과 같은 내일을 굴려나가는 일에는 상당한 근력이 요구되며, 운동선수의 기초훈련처럼 끈질긴 반복만이 이 세계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그러니까 일상이 지루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 리듬감을 찾은 사람들일 것이다.

몰입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나에게만 의미 있는 자잘한 성과와 실패가 있으며, 그에 따르는 만족감과 아쉬움이 있다면 매일 똑같아 보이는 하루도 스스로에게는 결코 똑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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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밀함이란 나만의 고유한 세계가 있음을 이해받고, 각자가 원하는 정도와 방식으로 서로의 세계에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출판편집자이자   내향형인 저자는 이책의 글 대부분은 코로나 기간에 썼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온전히 작가 개인의 서사로  느껴지지 않았다. 나 역시 변화를 실감하면서도 한편 안도했던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썩 내키지 않은 약속이나 연락, 외출같은 것들. 코로나를 핑계로 댄 적이 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약간의 전화공포증이 있고 한때는 버스벨을 누를때도 어느 타이밍에 눌러야 할지  고민했던  파워 내향인이로써 공감하면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약속이 취소되면 안도하는 사람, 신나게 떠들고 집에 들어오면 온전히  혼자 시간을 보내며 충전해야 하는 사람.... 아 여기 쓰여진 몇몇 에피소드 내 얘기인줄 .
아무튼 코로나로 인해  벌어진 타인과의 거리가 싫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래저래 기운빼고 사는게 삶이라 이것 하나만큼은 애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던 건지도.

차분히 관망하고 발견하고 건져올린 세밀한 시선이 글에  묻어난다.  그 예민함이 좋다. 각자의 세계를 지키며 존중하며 원하는 만큼 연결되는 것. 내향인들도 고립되는 걸 원치 않는다구요!! 활활 타오르기보다 은근하게 적당한 온기로 관계맺을 수 있다면  나와 타인 사회는 좀 더 건강해지지지 않을까.

그런데 이런책은 대부분 같은 내향인들이 많이 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사람이 늘 내향적이나 외향적일 수는 없으니까 ~이 책은 단순히 내향형인간이 이렇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갈등과 혐오가 일상이 되버린 지금 어떻게 나를 지키고 서로를  보듬고 존중하며 나갈수 있을지 현 시대를 지나는 우리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하니포터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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