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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 - '아무 몸'으로 살아갈 권리
김소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4월
평점 :
P10. 자기를 사랑하라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혼자 정신을 수양하면 가능할까? 자기를 향해 아무도 미소짓지 않아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 자신이 존엄한 존재인지 느끼려면 타인의 예의가 필요하다. 이책은 '분노'에서 시작했다( 프롤로그 중)
💭 흰 머리가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 됐다. 머리카락을 까뒤집어보면 수두룩하고,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다. 이제 밤샘은 꿈도 못 꾼다. 한달에 한 두번 병원투어를 한다.
평생을 과체중~비만의 경계를 왔다갔다했다. 거푸집처럼 견고했고 내 몸을 바라보는 나의 인식 또한 고정되어 있었다. 날씬하게 예쁘게. 늘 채찍질 당해야하는 대상이었다. 그렇게 서른 중반을 지나면서 가만히 채찍질 '당하기만' 하던 몸이 스스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수시로 잔고장이 났다. 오늘은 위가 어제는 장이 지난주엔 목이, 허리가, 온갖 염증이 생겼다. 늘 불만족스럽고 개선해야할 혐오의 대상이기만 했다면 이제 다독이며 보듬고 가야할 동반자로, 이것이 내가 내 몸을 똑바로 직시하기 시작한 이유이다. 닳고 아프고 늙어가는 몸이 두렵다.점점 작아지는 부모님의 모습도. 이제 나는 이 '낯섬'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저자가 이야기하는 몸을 바라보는 시선과 깨닫고 변화하고자 노력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공감됐다. 늙고 병들고 장애가 있거나 아름답지 않은 개인의 몸에서만 국한해 쓴 것이 아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 그 관계로 인해 울고웃고 보듬고 치유받는다. 이른바 타협과 공생하는 삶에 관한 이야기이다.
타인이 곧 나이고 나는 타인이 된다. 고로 자신의 약함을 인정해야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밑줄 대잔치 어쩔....#밑줄긋기
P26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이 쓴 <불평등 트라우마>를 보면, 소득불평등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지위고하 막론하고 불안과 사회적 평가위협에 시달린다. 이런사회일수록 외모에 대한 압력이 심하다. 불안을 없애는 쉬운방법은 위계를 확인하는 거니까. 외모는 바로 확인할수 있는 위계니까. 외모는 개인의 가치를 드러내는 가격표가 된다.
P31 아름다움 만큼 효과적인 통제도구가 없다. 모멸만큼 강력한 협박 도구도 없다. 기준이 자의적일수록, 일상적일수록, 욕망이 될수록 통제효과는 커진다. 통제당하는 사람이 알아서 스스로 일상을 감시해주니 말이다.
P32 몸은 자아의 전시장이라 '개성'이 드러나야 하지만 '기준'을 벗어나서는 안된다. '관리실패'는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니 모욕당하고 자기를 혐오할 이유가 된다. 그런데 또 너무 관리하면 '성괴'라고 욕먹는다. 자기관리를 하라고 옥죄면서 최고 미덕으로 꼽는건 '자연미인'이다. 어쩌라고. 공포는 '돈'이 된다.
P33 무엇보다 내가 갈망하는 건 내 고유함을 알아봐주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개별성을 봐주지 못하는 사랑이 사랑인가. 44사이즈가 되어서만 얻을수 있는 사랑이라면 애초에 사랑인가? 개별성을 알아보려면 몸에 스민 그사람의 이야기를 탐지해야 한다.
P105 침구를 빨고 , 샤워장에서 샤워할 수 있게 하고, 대기실을 만드는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모르겠다. 나는 세탁비나 물값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곳에서 먹고 자고, 씻지 못하게 하는 건
'그들'을 '우리'에게서 분리하는 방식이다. 매 순간 당신은 '그들'이지 '우리'가 아니라고 당사자의 마음에 새겨 넣는 방법이다. '우리'를 착취할 수 없으니까, '그들'이 돼야 착취하기 쉬우니까.
P109 특권은 편안함이다. 너무 자연스러워 특권을 누리는게 느껴지지도 않아야 일상적 특권이다. 피부색, 성별, 가난 탓에 자기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지 매 순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다.
P194 밥은 위로였지만 밥먹으며 위계를 배우기도 한다. 명절은 밥하는 사람과 밥상을 받는 사람이 평등하지 않다는 걸 확인하는 때다. 밥하기는 헌신의 허울을 쓴 모멸이 된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면서, 밥하는 사람은 찬밥취급을 당한다.
P249 한사람이 사는 세상은 그 사람이 공감각하는 고통의 경계까지다.
하니포터 자격으로 책을 제공받아 후기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