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살아보자 - 풀꽃 시인 나태주의 작고 소중한 발견들
나태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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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옷을 여미고 짧은 산책에 나섰다. 목덜미에 후끈 땀이 났다. 겨울답지 않게 제법 포근한 햇볕이 시야를 파고 든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걷는다. 목련나무 봉오리는 제법 단단해졌고 강물은 물빛마저 보드랍다. 이제 곧 계절은 바뀔 것이다.
봄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더 옷깃을 여미고 온몸을 웅크려야 할 것 같은데 꽃은 앞다투어 피고 나뭇가지 온통 연한 새 잎이 돋아나는데  나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매번 개운치 않게 억지로 떠밀리듯 맞이하는 듯한 계절이  봄이었다. 나는 유독 겨울을 오래 붙잡고 있는 사람이다.

봄을 앞두고 지긋한 노 시인이 새 산문집을 펴냈다. <봄이다, 살아보자> 어쩐지 반갑고 뭉클했다. 여전히 겨울을 관통하고 있지만 요즘 우리 어느때보다 봄이 절실하지 않은가.
43년을 교직에서, 그리고 1971년 문단에 데뷔한 이래 50여년의 세월을 시인으로 살아오신 시인님의 이력을 찬찬히 살펴봤다. 수십년의 세월을 언어로 집을 지어 온 사람. 말과 단어을 고르고 문장을 다듬어 온 그 세월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손바닥보다 조금 큰 이 책에서 감히 그 세월을 엿보는 것은 호기심 반 경외감 반이었던 것 같다.

🔖p87 이쪽에서 너라고 하면 저쪽에선 나가 된다. 나의 슬픔을 알아주고 나의 고달픔을 위로해주고 나의 힘든 길에 동행이 되겠다는데 그걸 거절한 사람은 없다. 온순하게 받아들여 손을 맞잡을 것이다. 그렇다.이제 우리는 서로가 위로와 축복과 응원이 되어야 한다

시인은 스스로를 풀꽃이라 여기며 살아왔고 꽃이 되려고 애쓰며 살아왔다고 한다. 그 길이 곧 자신의 길이자 '너의 길'이었다고 했다. 어떤 책에서 봤다. <세상이 끈질기게 던지는 질문에 사람은 자신의 전 생애로 대답한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독자들이 좀 가까이 오라고하면 가까이 가고 이웃이 되고, 친구가 되어달라고 하면 기꺼이 응해야한다는 것이 시인의 길이었고 이 구절은 곧  오랜기간 동안 따뜻하고 친숙한 시로 보답해온 시인의 모습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필요나 주관에 따른 거 말고 어디서든 잘 자라 강인하고 정직한  풀, 그 풀에 피는 꽃처럼  건강하고 강인하게 싱싱하게 살아보자는 응원의 마음이 담겼다 생각하니 책을 읽어내리는 마음을 다시 세웠다. 이제 곧 다가올 봄을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어쩐지 올해 봄은 두렵지 않을 것 같다. 어찌 됐건 살아낼 봄이라면 시인의 마음을 닮아 가꾸고 살피고 보듬어  기쁘게 맞이 해야겠다.
그러니까 알고 있지만 누군가 건네는 괜찮다 지나간다는 말 듣고 싶을 때 있지. 그런 확신의 말이라던가 위로말이다. 든든했다.


그 외 #책속한줄
🔖p171 지금 우리는 서로서로 좋다는 느낌을 많이 가져야 하고 또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다. 아니다, 싫다가 아니고 그렇다, 좋다이다. 그래야 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p140 특수도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보편이다. 특수는 한 사람만 살리지만 보편은 여러 사람을 살린다. 정말로 좋은 특수는 보편에 이를 수 있는 특수여야 한다.

 🔖P 240 인생이란 직렬이 아니고 병렬이라는 것 1.5볼트짜리 전구 두개를 직선으로 이어 3볼트짜리 불을 밝히는 것을 직렬이라고 하면 옆으로 이어 1.5볼트짜리 불을 켜는 것이 병렬이다. 인생도 한줄로만 가면 안된다. 두줄로도가고 세줄로도 갈 수 있어야 한다.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책을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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