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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평점 :
작가정신에서 나온 <소설가의 산문집>시리즈 3번째 책으로 소설가 박서련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이책은 2015년 8월 21일 ~<일기>로 시작해
2017년 7월 19일~ <여행기>를 거쳐
2020년 1월 2일 ~<월기>로 완성된다.
그런데, 이건 진짜 찐이다!! 진짜 일기였다. 작가->편집자를 통한 n번의 편집을 거쳤을 터인데 대단히 사적이고 상당히 날것의 느낌이 가득~그득하다.
보통의 잘 정돈된 문체의 산문집을 생각하고 책을 접한다면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다시 일기를 쓰기 시작한 일기인 5달차 나의 의견은 ㅎㅎ
소설가는 일기마저도 임팩트가 있다는 것이다. 날짜, 날씨, 오늘 있었던 일, 특별히 기억나는 일, 느낌, 감정 등 쓰는 방식은 비슷한데 어째 내 일기는 누군가 읽을 걸 대비해 한번 필터링 거친 느낌이라면
(학교 일기검사의 폐해라고나 할까)
이 책은 온몸으로 외친다.
나야 나 보아라 🙋♀️이것이 일기다!!
매일매일 일상 패턴이 비슷한 단조로운 느낌의 내 일기와 비교해보자면 딱히 특별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아주 솔직히 기록했고 그런 세밀한 시선과 관점, 기록을 위한 노력들이 읽는 독자입장에서도 엿보였다.
(특히 세 가지 챕터 중 여행기에서 빛을 발함)
아 그리고 괄호 속 분홍색 문장들!! 이책의 귀여운 포인트로 다가온다.
끝까지 읽고 보니 첨에 가장 당혹스러웠던 <일기>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았다. 자유롭게, 솔직한 작가님의 매력이 흠뻑 묻어난다.
책의 기능이 꼭 교훈과 지식을 얻거나 해야하는건 아니지. 새롭고 신선했다.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다는 것은 스스로를 챙기고 살핀다는 것일 것이다. 내가 오늘 어떤 일을 겪었고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일기를 쓰는 것처럼.
👇👇책속 한줄
🔖내 일기에서만큼은 이런 일들을 마음껏 이상하게 여겨도 되겠지.일기 말고는 내 편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지나고 보면 더 그럴 것이다.
🔖시를 쓰는 친구에게서 너한테는 사랑이 엄청 중요한가 봐, 나는 시보다 중요한 게 이때껏 없었는데, 라는 말을 듣고 응! 티 많이 나? 나한텐 사랑이 일등이야, 라고 했는데 그렇게 말한 걔한테는 애인이 있고 나한테는 없는 점이 이제 와서 빡친다.
🔖케이크는 산다 한들 먹지 않을 것 같은데 '날 위해' '예쁜' '케이크'를 사는 기분 자체를 갖고 싶어서 자꾸 생각난다.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내가 이러는 게 좋다. 뭘 하고 싶다고 마음먹으면 꼭 그렇게 하고 마는 게.
🔖수명이 무한하면서 시간을 초월할 수있다면 거의 모든 개별 존재와 사랑할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그건 신이겠네 하는 생각도. 그와 거의 동시에 신은 사실 개별 존재를 특정시점에 특별히 더 예뻐하고 사랑하면 안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또 그렇다면 개념상, 신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결국 창작이란 건 이런 마음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를 아주 모르는 누군가에게 이해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그런게 중요한가?)(이런 문장을 쓰는 데에는 3~5분 정도가 걸리지만 현장에서 내가 그 생각을 하는 데에는 0.03초도 들지 않는다)( 이런 생각은 한다기보다는 드는 것이기 때문에 막을 수 없고 내게는 그 순간에 일어난 일만큼 그 때의 생각과 인상이 중요해서 적어두어야 한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