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 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서가명강 시리즈 4
이재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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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에서 헬조선까지. 잃어버린 사회의 품격을 찾아서
 
우리는 왜 '불신, 불만, 불안 '3불 사회가 되었는가.
 
서가명강 4번째 시리즈를 펼쳐본다. 1권 유성호 교수님의 책 제목에 이어 다소 파격적인 제목의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라니 ...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 시점으로 얘기한다면,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아니오라고. 
 
언제였던가, 일이 끝나고  집에 오니 할일이 가득이었다. 며칠 째 좋지 않은 컨디션에 밀린 과제도 해야 했다. 빨래는 쌓였고   먼지는 나풀나풀  , 욕실 곰팡이는 하루가 다르게 빨갛게 피어나고 있었다. 저녁 챙겨먹기도 귀찮아 널브러져 누워있을 때 마침 걸려온 엄마 전화. 힘들다고 푸념을 쏟아내었다. 그러자 엄마는 ' 너만 힘든거 아니다. 다 그렇게 산다'고 단칼에 쳐내셨다. 그냥 수고했다는 말이 듣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엄마의 답변은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고 있고 우리때는 더 힘들게 살았다고 , 매번 그런 식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나부터가 부모님께 먼저 위로의 말을 건넨 적 없지 않은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감당하게 된다는 나름의 엄마식 위로였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이 책에 제시된 전형적인 베이비붐ㅡ에코세대의 가정이다.  지지하는 정치성향이 다르고, 지양하는 라이프스타일도 다르다. 함께 뉴스를 보다가도 서로 다른 포인트에 분노하고, 결혼이나 취업이 늦어지고 있는 나나 동생을 보며 요즘 애들은 도통 알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시는 부모님.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는 하루하루 빠르게 변화를 겪고 있고, 그 변화와 전통적 규범이나 가치간의 간극은 날로 커지고 있다.  각 세대를 지배하는 불안 불신,불만, 혐오는 갈수록  팽배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가 왜  헬조선으로 불리게 되었는지 도표와 여러 조사를 통해 얻게된 결론을 근거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실제 한국은 2013년 기준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300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 한다.  해방이래  눈부신 고도성장을 이루어 내었지만 실제 자신을 서민이라 칭하며 불행하다고 말한다.  어째서 행복은 커녕 갈등과 분노사회가 되었는가. 그 이면을 따라가다 보면  한국만의 실정이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알 수 있다.
여러 원인 중에서도  많이 공감이 갔던 부분은  저자가 말하길, 객관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갈등의 소지는 양호하지만 갈등을 풀어나갈 갈등해소 시스템이 취약한 점이었다. 예를 들어 북유럽 국가의 복지를 부러워하면서도 당연히 시행되어야할  복지제도에 충당되는 세금엔 인색한 면을 보이는 부분은 그 제도를 받쳐줄  지속적인 감시 시스템이 취약하다보니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정권이 끝나면 손바닥 뒤집듯 없어지거나 바뀌는 일들이 허다하다. 원리원칙의 부재가 엉뚱한 곳에서 발휘되고 모난돌은 정 맞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우리 스스로 생각을 변화시켜 노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결론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할까.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에서 살겠습니까' 라는 질문에 나는 여전히 쉽게 예라고 답할 수 없다.  다만 나름의 사정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조금 후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 세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원인만 알아도 해결의 실마리는 찾은 셈이다. 갈등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라 했으니 그점에서 보면  우리는 변화의 씨앗을 품고 있는 셈이다. 촛불을 들고 광화문으로 나갔던 그때, 촛불혁명이 현실이 되어  희망에  부풀어 벅찼던 마음을 다시 떠올려본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한가지 더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이면에 저자의 그런 위로가 담겨 있다. 
 
 
21세기 북스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

어떻게 하면 안심하고, 포용하고, 신뢰하며, 활력 넘치는 ‘품격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이는 정의와 평등, 개인자율성과 사회적 유대감 등 서로 길항관계에 있는 ‘사회적 가치‘가 잘 구현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이 넘치되, 각자도생하지 않고 서로 신뢰하며 잘 뭉치는 곳, 체계의 규울과 일관성이 뚜렷하되 생활체계를 질식시키지 않는곳, 활력있는 시민사회의 도전이 체제를 기득권에 안주하지 못하게 긴장시키는 곳이 품격있는 사회다. - P296

일반적으로 신뢰가 낮은 사회에서는 경제적 불평등이 크다. 즉 신뢰가 낮은 사회는 조화로운 공생발전 대신 승자독점의 양상을 보인다, 이처럼 우리가 공생과 동반성장을 아무리 소리 높여 외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만들어 내도 실질적인 상생이 안되는 근본적 이류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품격으로서 신뢰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 P259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달인은 누구인가?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념을 만드는 개념 설계 능력과 그 개념을 실행하는 능력이 있는 인물, 즉 변화의 달인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무수한 실행과 그만큼의 실패가 허용되어야 한다. 반복되는 실패를 통해 암묵지의 형태로 보관되는 것들이 결과적으로는 문제 해결 능력이 된다. -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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