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 노르웨이에서 만난 절규의 화가 클래식 클라우드 8
유성혜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통, 사람들이 그렇듯 나 역시 뭉크하면 '절규'를 떠올렸다. 하늘엔 금방이라도 핏비가 쏟아질것 같은 시뻘겋고 불안한 노을이, 그 아래 온 세상을 삼켜버릴 듯  요동치는  검푸른 바다가 있다. 전면엔  해골을 닮은 얼굴로  기괴함이 느껴지는 인물이 귀를 막고 눈을 치켜뜬 채  놀란 표정이다. 우스꽝스럽게 느껴지는 콧구멍과 힘껏 벌린 저 입은 뭘까. 그에 비해  평온해 보이는 뒤 두 사람과 고요히 떠 있는 배 두척. 뭉크는 대체 왜 이런 그림을 그린 것일까 

 
 저자 역시 절규를 서두로 긴 여정을 시작한다. 완벽한 복지와 여유있는 라이프 스타일로 꾸준히 선망의 대상이 되는 북유럽, 그는 노르웨이 출신 화가이다. 높은 위도로 인해 늦은 밤에도 환한 백야의 나라.넓고 황량하며 거친 자연이 인간을 압도하는 노르웨이는 직접 가보지 않은 나에겐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척박하고 극단적인 자연환경의 변화가  실제 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추위와 고독에 익숙한 그들, 뭉크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오늘 비가 오는지, 하늘이 맑은지, 날씨에 유독 민감한 나는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절규> 판지에 파스텔, 79x59, 1895, 개인소장 (p.71)

하나의 모티프를 다양한 방법으로 여러번 그리는 것을 즐긴 뭉크의 절규는 4개의 버전과 판화본이 존재한다.

 

p. 58  친구 두명과 함께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해는 지고 있었다. 하늘이 갑자기 핏빛의 붉은 색으로 변했다. 그리고 나는 우울감에 숨을 내쉬었다. 가슴을 조이는 통증을 느꼈다.나는 멈춰 섰고, 죽을 것 같이 피곤해서 나무 울타리에 기대고 말았다. 검푸른 피오르와 도시위로 핏빛 화염이 놓여 있다. 내 친구들은 계속 걸어가고 있었고, 나는 흥분에 떨면서 멈춰 서 있었다. 그리고 나는 자연을 관통해서 들려오는 거대하고 끝없는 비명을 느꼈다.

 

 -뭉크의 노트(MM T 2367, 1892)



섬세하고 예민한 그의 감각은  그림속 인물의 괴로움이 그로 비롯된 것이 아니라 , 자연에서 들려오는 거대한 비명에 의한 것으로 그려내어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다. 저자의 조언에 의하면 본래 작품명이 '비명' 에 더 가깝다는 것이 그림을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이된다고 한다.
극단적인 자연환경과 더불어  어머니와 누이의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어린 뭉크는 평생 불안과 고독, 신경쇠약에 시달리게 된다. 불안한 미래와 고독, 실패한 첫사랑과 몇번의 만남을 거치면서 유달리 감수성이 예민했던  그가 인간의 보편적 감정의 표현에 주목한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이별> 캔버스에 유채. 96.5x127, 1896, 뭉크 미술관 (p.43)
첫사랑 밀리와의 이별로  그는 오랫동안  큰 상심에 빠진다.

 

 

p.13 "나는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본 것을 그린다."



p. 198. 더 이상 실내에 있는 사람, 책 읽는 사람이나 뜨개질하는 여자들을 그려서는 안된다. 살아 숨쉬고,느끼고, 아파하고,사랑하는, 살아있는 인간을 그려야한다. 나는 그런 종류의 그림들을 그릴것이다. 사람들은 이것의 신성함을 이해하게 될 것이고,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할 것이다.


- 뭉크의 노트(MM N 63, 1929)



살아 숨쉬는 인간의 삶 그 자체가  그의 그림이다.  어둡고 어찌보면 기괴하게 느껴지는 뭉크의 그림을 공감하는 까닭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 뭉크는 그림 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메모와 글을 남겼다. 당대 수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했고 평생 그림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한 가지 그림을 여러 버전으로 반복해서 그렸고, 판화 작품도 상당하다. 후엔 자신의 평생 철학이 담긴 <생의 프리즈>라는 연작을 완성시켰다. 벽화와 공공미술 시도까지,개척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단순히 고독과 불안에 빠져 있지 않았다는 얘기다. 삶을 사랑했고 자신의 그림으로 사람들이 위로받길 원했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갈구한 것이다. 이것이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까.  문득, 넓고 광활한 우주에  하나밖에 없는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한 물리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예술가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근원적 사랑을  작품에 담아낸다. 우리 역시  그들을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다.



++  방대하고 알찬 짜임의 이번 책  역시 감탄을 !! 저자의 노고가 느껴진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뭉크의 그림과 드문드문 노르웨이의 광활한 자연을  감상할 수 있어  행복했다.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클래식 클라우드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읽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