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경제학
크리스 앤더슨 지음, 이노무브그룹 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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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재학 시절, 학교 앞에 있는 사회과학 서적 서점에서 책을 가득 안고 카운터로 향하다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얘얘, 인터넷 서점에서 사! 하고 외쳤다. 책욕심에 잠시 참혹한 통장잔고를 잊었던 나는 이성을 되찾고 한 권을 빼고 나머지 책들은 모두 다시 매대에 올려두었다. 그런데 아뿔사, 그 친구 뒤에는 그 서점의 주인이 문을 열고 들어오던 차, 친구는 곤혹스런 입장에 빠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 서점의 존립이 위태로워지고 있던 터, 운동도 벌어지고 있던 때인데 말이다.

나중에 그 친구는 서점 주인에게 사과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어쩌겠는가...이제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구축되어 버린 것을...서점주인 아저씨 역시 이러한 거역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인식은 뼈저리게 하고 있던 때였을 것이다. 친구의 잘못이라면 거기 절망의 색채를 진하게 입힐 장면을 선사했다는 것일게다.

 

나는 블로거들의 반응을 살핀 후 볼 영화를 결정한다. 살 책을 정한다. 구입할 옷을 고른다. 위키디피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오프라인 숍에서 구매할 수 있는 시디의 트랙을 온라인에서 들을 수 있다는 데 더할 나위 없는 축복감을 느낀다. 이러한 나의 행동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떠한 맥락에서 읽힐지 사고한 바는 극히 최근에 들어서이다.  이 책은 그 맥락을 명확하게 제시해주었고, 책이 제시하는 비전은 반갑다. 자본주의시대의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대중문화이론들이 지겨웠다. 섬세하지 못한 논의라 여겼다. 결국 획일적 소비자들만 존재했던 것은 획일적 생산물에 시장이 의존했던 탓인게다.(이건 나의 비약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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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굶어도 스타일은 굶지 않는다 - 4억 소녀 김예진의 발칙한 상상 & 스타일
김예진 지음 / 콜로세움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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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온라인쇼핑몰을 기진맥진해질때까지 돌아다니곤 한다. 립합의 옷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당찬 이 소녀사장에 대한 개인적 관심때문에 간혹 들어가보곤 한다.

고졸에 그친 학력과 디자인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핸디캡을 예상보다 훨씬 의식하고 있었다.아무래도 업계 사람들의 태도나 학력 인플레로 인한 기이한 사회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국에서 장사하고 있다는 한계가 그렇게 만들었겠지. 하지만 눈썰미 있고 부지런하고 무엇보다도 옷이 세상에서 젤 좋다는 그녀의 성공에 위와 같은 이유로 비아냥 거릴 자격 있으랴. 난 사실 김예진뿐 아니라 공들여 독자적인 컨셉트를 구축한, 나보다 나이어린 온라인 쇼핑몰 사장들을 흠모한다. 남들이 뭐라 그러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으셔요.

국밥 후루룩 들이키듯 단숨에 읽었다. 완독에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북카페에서 간식용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다. 쇼핑몰 창업에 관심이 있다거나 자신의 환경을 제약투성이라 생각하는 어린 친구들은 소장해도 좋을 책이다. 스타일링 팁은 패션월간지보다 훨씬 난이도가 낮으므로 막연하게 옷을 잘입고 싶은데 어찌해야 할지...하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도 좋겠고..

학창시절 회고부분은 상당히 불편했다. 후배들에게 삥뜯어서 떡뽂이 코트를 구입하고, 스타일 '후진' 애들을 왕따시켰다는 전력을 반성없이 내보인다. 편집인과 무명작가의 도움을 받은겐지 필력은 어지간히 글을 써온 사람만큼 좋던데, 자아 성찰을 위한 공부는 더 해야겠어요 아가씨. 정말 뜨악했다고...

집이 어려워져 집안 가구들 뒤에 빨간 딱지가 붙어있던 상황에서도 명품백을 사기 위해 거금 70만원을 사기꾼에게 투척해버렸던 사연은 혹자에게 '철없다' 손가락질 받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겠다. 그런 시선에 대한 염려를 능가하는 그녀의 스타일에 대한 열정이 사실 이해가 되므로 내가 괜히 걱정이 되네..이곳은 된장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여성의 소비에 가혹한 동네,동시에 실제로 명품 추종이 심각하기도 한 동네이니..나는 명품족에 대한 비난의 근거로 명품을 소비하는 여성들의 허영심을 들먹이는 논의가 단선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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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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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산을 넘었다. 두툼한 볼륨때문에 이걸 언제 읽는 부담감이 있었다. 이번 설의 막강하게 긴 연휴 덕에 <모방범>이라는 산을 넘었다.

다른 미스테리 소설이 주는 매력과는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살인사건을 대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한 고찰이 진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의 첫장면, 실종여성의 팔이 공원쓰레기통에서 발견되고 공교롭게도 목격자 신이치가 얼마 전 강도살인사건으로 일가족을 몰살당한 고등학생임이 드러나는데, 이 신이치는 자신이 친구에게 경솔하게도 자신의 아버지가 큰 재산을 상속받게 되었다는 걸 떠들어 강도살인사건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피스라는, 살인극을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발휘할 수 있는 장으로 여기는 괴물같은 인간과 마주하게 되기까지 신이치는 피스가 살인한 여성들의 유가족, 이를 르뽀로 써내려가는 작가 시게코와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된다. 

이러한 설정은 모두 살인사건이 빚는 '스펙터클' 이면의 생존한 인물들에 대해 성공한 미스테리 작가로 승승장구해온 미미여사가 지녀온 부채감, 고뇌의 산물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이 소설은 '피스'라는 인물상에 대한 아이디어와 더불어 '남겨진 사람들'에 조망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일군 성과가 아닐까 한다.

신이치는 이 소설에서 사실 꼭 필요한 인물이 아니다. 신이치가 빠졌다면 이 소설은 훨씬 신속하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손녀가 극악한 방법으로 살인되었음에도 직관과 현명함으로 괴로움을 안고서도 사건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요시오 할아버지는 나의 롤모델로 등극했다. 친구는 이 소설을 읽으며 피스같은 인물보다 한 수 위에 있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지만 나는 피스의 살인극을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애절해하고 통탄해마지 않으며 무방비한 인간이었음을 드러내더라도 자신의 상황을 올곧은 자세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법을 고통스럽게 찾아나가는 두부가게 주인 할아버지 요시오 할아버지답고 싶다.

일본 사회의 특징 몇 가지가 눈에 띄어 흥미로웠다. 여기 젊은이들은 확실히 대한민국의 젊은이들보다 대학 진학에 대한 강박이 없다.(수직적 위계에 대한 인식은 여기만큼이나 강하긴 하다만) 가업을 잇는 젊은이들이 아직도 많다는 건 발견이었다. 사회의 이목에 대한 의식도도 예상보다 훨씬 강했다.

피스의 몰락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지적은 친구를 통해 이미 들은 바 있어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다. 5년간 연재한 작품이었다니, 이정도 분량을 써내려갔다면 지칠법도 했겠지, 라고 작가를 지나치게 이해(?)해 버린 것. 하지만 시게코의 도발에 단번에 넘어가 버린 건 참 두고두고 아쉽다. 처음 보여진 치밀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편이 좋았을 것이다. 이건 미스테리 소설 독자로서 본연의 자리에 돌아와 토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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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되는 100권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박성관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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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무시무시한 다독가, '알기 위해' 태어난 인간 다치바나 다카시가 다시 자신의 독서 편력에 대해 입을 열었다.

 

아주 유용한 책이다. 방대한 분야에서 지침서로 삼을만한 책을 조목조목 알려주어, 일종의 '지적 영역의 지도'를 완성해내고 있다. 여기서 완성된 지도를 참고하여 독자들은 각자의 영토를 마련해나가야 할 테니 이 책 자체는 두고두고 읽기보다는 한 번 읽으면 충분한 책.  

이 책을 읽고나면 우리나라에선 왜 <세계 논픽션 전집>같은 게 안나오나 한숨이 나오고, 내가 다큐멘터리 잡지 기자로 일할 당시에는 어찌 스스로가 축복받은 인간임을 깨닫지 못했을까, 회한에 잠기게 된다. (요즈음은 디스커버리 채널이 젤 재밌는데,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치색이 없는 다큐멘터리는 질색이었다.)

 

칼 포퍼나 비트겐슈타인, 화이트헤드, 리처드 파인만 저서들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파보자 결심하게 되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취재와 글 작성을 날렵하게, 그리고 제대로 행하는 법까지도 일러준다. 읽는 행위 뿐 아니라 읽은 것을 바람직하게 아웃풋 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다. 그가 이제까지 해온 취재 스케일과 철두철미한 프로세스을 살펴보면 경탄이 절로 나온다. 일본 활자 매체의 다양함과 우수한 기획력은 사실 이를 소비하는 저변의 독자들이 상당한 덕분이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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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Comic mook 2
나예리 외 지음 / 거북이북스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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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하게 에로틱함을 구사해보려는 작가와 편집인들의 고민이 엿보이긴 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는 게 독자로서의 솔직한 평가.

선배 작가들의 작품 분석도 설득력이 떨어졌다. 결론은 '은근한게 에로틱하다'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명제. 여기서 논의가 출발하고 끝나버렸으니 안타깝기 그지 없다.

박무직과 최규석의 작품은 단연 돋보였다. 아주 기대되는 작가들이다. 박무직이 작가 후기에 기재한 포툰에 대한 야심을 보니 더더욱. 두 작품 모두 유머감각과 눙치며 이야길 풀어내는 실력이 녹아들어 있다.

만화과 학생들이 제출한 작품도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뒤에 그저 교수님 감사합니다, 영광입니다, 등등의 코멘트 일색인 그들의 후기를 읽으니 쓴웃음이 나왔다. 달리 아마추어이겠는가. 역시 태도문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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