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학자들은 유머를 그들의 비명. 묘지. 주표 등과 같은 문장에서는 빼버릴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머를 인생 밖으로 내던질 수는 없었다. 인생은 영원히 유머로 충만해 있다. 그것은 마치 인생이 비참함. 성욕. 상상으로 영원히 충만해 있는 것과도 같다.-64쪽
평상시태도는 한가롭고 편안한 관찰로, 마치 ㅎ나바탕 실컷 먹고 난 다음 이제는 맛있는 것만 골라서 먹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마음이 성급하지 않다. 인류의 장래를 그가 신경쓸 바 아니고 그가 신경쓰는 것은 인류의 눈 앞에 있는 진실과 형태의 정돈이다. 언젠가 인류가 체면, 과장, 허식, 자존, 허풍, 허위, 가식, 지나친 나약함 등을 잃든 간에 또 언제 어느 고ㅗㅅ에서 인간들이 멍해져서 자신을 기만하고 사치와 음욕을 부리고 우상을 숭배함으로써 황당한 일으 ㄹ저질러서 눈알이 콩알처럼 굴러다니고 바보처럼 미치광이처럼 떠들어대든 간에 또 어느때 인류가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거나 혹은 오만불손하고 남을 멸시하고 자기를 치켜세우거나 혹은 미궁에 빠져 깨닫지 못하고 이치에 맞지 ㅇ ㅏㄶ는 고집을 세우거나 혹은 독불 장군 노릇을 하며 잘난 체하든지 간에 또는 개인이거나 단체이거나 간에 그 위에 존재하는 신은 ㄱ도 부드럽고 따뜻한 해학의 뜻으 머금고 비스듬히 그들을 내려다보다가 이어 한바탕 맑은 구슷ㄹ이 옥 쟁반에 떨어지는 것 같은 웃음소리를 낸다. 이것이 바로 '희극적 정신(the comic spirit)이다. -67쪽
메리디스는 유머와 풍자를 아주 뛰어나게 구분하고 있다. 만약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황당하고 가소로운 것을 발견하고서도 그에 대한 사랑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다면 희극적 개념(comic idea)의 통찰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도 당신에게서 가소로운 것으 발견했고 당신은 그것을 기꺼이 고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당신에게 그러한 통찰력이 있다는 것을 더욱 뚜렷이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이런 가소로운 것을 보고서 약가느이 냉혹함을 느끼고 중후함에 손상을 느낀다면 당신은 곧 풍자의 테두리 안으로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설사 당신이 뒹굴면서 비명을 질러대도록 그를 풍자의 몽둥이로 때리면서도 오히려 그저 말 속에 풍자를 섞어서 어느 정도 그를 치켜세워줌으로써 그로 하여금 사람들이 자신을 헐뜯고 있는지를 알아채지 못하게 했다면 당신은 곧 야유의 방법을 쓴 것이다. 만약 당신이 그저 사방팔방으로 비웃고 그를 떠밀어서 땅위에서 ㅟㅇ굴게 하고 거기에 한대 두들겨서 눈물까지 찔금 흘리게 하고 당신이 그와 마찬가지로 또 옆에 있는 사람과도 마찬가지로 그에 대해서 조금도 거리낌없이-69쪽
사실 유머와 풍자는 아주 가까운 것이긴 하나 굳이 풍자를 목적으로 삼지 않느다. 풍자는 언제나 매서움을 추구하는데 그 신랄함을 제거하고 겸허하고 담백한 심경에 도달하면 곧 유머가 되는 것이다. 유머를 추구한다면 그에 앞서 반드시 깊고 먼 마음의 경지가 있어 부처님의 자비로움 같은 것을 약간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문장의 화기는 세지 않게 되고 독자들은 담담하고 자연스러운 멋을 볼 수 있다. 유머는 그저 차분하고 초연한 방관자로 늘 웃음 가운데 눈물을 머금고 눈물 가운데 웃음을 머금고 있는 것이다. 그 문장은 맑고도 자연스러워, 익살처럼 지나치게 남의 눈을 끌지도 않고, 또 위트처럼 요령이 민첩하지도 않다. 유며의 문장은 완곡하고 호방한 가운데 자연스럽고 꾸밈이 없어 당신이 어느 단락 어느 구절에서 웃음을 터뜨렸는지를 지적해낼 수 없게 하며 그저 읽어 내려가다 보면 심령이 트이고 가슴이 후련해질 따름이다. 그 까닭은 유머는 자연에서 나오고, 기지는 인공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유머는 객관적이고 기지는 주관적이다. 유머는 겸허하고 담백하며 위트와 풍자는 날카롭다. 세상사를 꿰뚫어보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면 경쾌한-7-쪽
필치로 형식을 찾지 않고, 낡은 어조를 쓰지 않으며, 우물쭈물 도학적인 추태를 보이지 않으며, 사대부의 기쁨을 바라지 않고, 일반인의 환심을 얻으려 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유며를 써낸다. --쪽
우리의 생활은 지나치게 복잡하고 우리의 학문은 지나치게 엄숙하며 우리들의 철학은 너무도 의기소침하고 우리의 사상은 너무도 어지럽다. 이처럼 엄숙하고 어지로운 복잡성은 현재의 세계를 이렇게 처참한 세계로 만들고 말았다. 우리는 지금, 생활과 사상의 소박함이야말로 문명과 문화의 숭고하고도 건전한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그리고 동시에 문명이 그 소박함을 잃고 낡은 습속에 젖고 세상 물정에 닳아빠진 사람들이 다시는 천진하고 순박한 경지로 돌아오지 않을 때 문명은 곧 도처에서 난관에 부딪히게 되고 날로 퇴보하고 말 것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인류의 지혜에는 아직도 어떤 힘이 남아 있어서 이런 모든 관념, 사상, 의도를 일소에 부치고 그 환경을 벗어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유머리스트의 고유한 힘이다. 유머리스트가 사상이나 관념을 활용하는 것은 마치 골프나 당구 챔피언이 공으 다루는 것과도 같고 또 카우보이들이 밧줄을 능숙하게 쓰는 것과도 같다. 그들의 기술은 숙련의 결과로 얻어진 것으로 자신에 찬 경쾌한 기교인 것이다. -90쪽
경쾌하게 관념을 활용하는 사람만이 관념의 주도권자가 될 수 있으며 관념의 주도권자가 될수 있는 사람만이 관념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진지함은 따지고 보면 결국 노력의 표현에 지나지 않고 노력은 미숙하다는 증거일 뿐이다. 진지하고 엄숙한 작가란 관념적인 영역에 있어서는 바보같고 침착함이 없어서 마치 졸부가 사교장에 온 것처럼 어리숙하고 자연스럽지 못한 것과 흡사하다. 그는 대단히 굳어있게 마련인데 그것은 그의 관념잉 아직 자연스럽게 남과 어울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91쪽
유머리스트는 사실에 가깝고 이론가는 관념에 매달린다. 관념과 관계를 맺으면 그의 사상은 아주 복잡하게 변한다. 반면에 유머리스트는 돌발적인 상식과 재치로 인간의 관념과 현실적인 모순을 들춫어낸다. 이렇게 해서 문제를 간단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끊임없는 현실과의 접촉으로 유머리스트는 활력에 넘치고 경쾌한 감각을 갖게 된다. 그리하여 모든 허세, 허위, 지식상의 난센스, 학술상의 실책, 사교상의 속임수 따위를 완전히 깨끗하게 씻어버리고 만다. 인류는 재치있게 변화하면 할수록 더욱더 슬기롭게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결된다. 유머의 사고방식이 보편적으로 성행할 때 비로소 생활과 사유의 소박함을 특성으로 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정신이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이유도 바로 이때문이다. -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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