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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서 미안해
이지은 외 지음 / 도서출판 소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못생겨서 미안해라니! 뭔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제목같기도 하면서 제목처럼 투박한 표지. 첫 인상부터 못생겨서 오히려 더 눈에 띄는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40대의 여성 5명이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에세이 책이에요.
표지가 정말 투박하게도 하얀 표지에 보라색 그라데이션, 그리고 글자가 전부입니다. 이쯤되면 미안한게 작가인지 책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치과위생사, 요가강사, 상담전문가, 캘리그래퍼, 작가로 살고 있는 5명의 40대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낸 책입니다. 전혀 못생기지 않은 작가들인데, 도대체 왜 그런 고백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20대에 기대했던 나의 마흔은 몸도 마음도 여유로와서 당당히 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프롤로그를 보면 말이죠. 20대에는 청춘이 영원할 것 같지만, 순식간에 30대가 되고 나면 어느 새 나의 노년이 생각보다 빠르게 올 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하는데요, 그 불안함의 실체를 마주하기 전에 20대와 같은 사고로 맞이하는 나이가 40대인 것 같습니다.
그 흔해빠진 고추 하나 달고 태어나지 못해서
엄마의 뼈 시린 시간들을 이해하는데 너무 오래 걸려서
아직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용기가 없는 말을 글로 남겨본다.
엄마 못생겨서 미안해
그 동안 유명인의 에세이는 사생활을 몰래 보는 재미라도 있는데, 일반인의 에세이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삶에서 느끼는 것이 색다를 게 없다보니 다들 하는 얘기가 비슷비슷한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 책의 첫 에피소드인 절대 못생기지 않은 이지은 작가님의 못생겨서 미안해를 읽으면서 정말 빠져들어서 읽었습니다. 솔직한 이야기가 주는 힘이 이렇게나 클 줄이야.
준비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게 된 것도 서러운데 아들을 낳지 못해 구박받던 며느리의 막내딸로 태어난 이지은 작가는 원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구박덩이로 자라나게 됩니다. 그렇게 무너진 자존감으로 자라면서 혼자만의 힘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진짜 눈물겨워요. 멋있기도 하고요. 얼굴도 모르는 독자지만 물개박수로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지는 분입니다.
이미 첫인상부터 좋았기 때문에 다른 작가분의 글도 좋은 감정으로 읽었습니다. 중간 중간 예쁜 사진과 좋은 글귀들이 마음을 다스려주는 듯한 기분도 들었고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글인만큼 글마다 느낌도 다르고 스타일도 다릅니다. 캘리그라피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야 작가는 시처럼 짧은 글에 자신의 캘리그라피를 담았어요.
작가마다 글 말미에 에필로그를 담았습니다. 에필로그를 읽을 때 쯤엔 이미 옆집 사는 아는 언니처럼 느껴져서 책을 내는 데까지 얼마나 큰 용기와 인내가 필요했는지에 대해 공감하고 감동하게 되더라고요.
행복은 가까운 사람이 잘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이 책은 그렇게 5명의 사람들이 가까운 사이의 언니가 되어 나보고 "잘 살고 있어"라고 응원해주면서 "나는 이렇게 살아왔어"라고 이야기해주는 기분이 듭니다. 40대면 저랑 나이차이도 크게 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삶의 방식이 정말 달라서 놀랍기도 했지만, 사실 동갑도, 저보다 어린 사람들도 저마다의 삶이 있는 게 인생이잖아요? 각자의 인생을 응원하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