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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0월
평점 :
오페라의 유령을 번역한 여러개의 책들을 들춰보면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난감했었다. 외국어 번역서일수록 더 꼼꼼하게 살피고 골라야 한다. 먼저 몇 문장을 읽어보고, 한국 정서에 맞게 표현이 됐는지, 어색하지는 않는지, 또 한국에 존재하지 않는 물건 등을 어떻게 옮겨놨는지 체크를 했다. 그런 면에서 최인자 번역의 오페라 유령은 좋은 점수를 받을만 하다. 다른 번역자의 책과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최인자의 번역은 자연스럽다. 대화체나 묘사부분들이 한국어로 바뀌어도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거나 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꼭 할머니에게서 옛날 얘기를 듣는 것처럼, 고소하고 달콤해서 하룻밤만에 반 이상을 읽었다. 사랑이기는 하지만 오싹하고, 그런 유령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괴하다. 이 이야기가 실제 전해내려오는 전설인지 아니면 가스통 르루가 꾸며낸 소설에 불과한지 아리송하며, 고문실의 페르시안과 라울의 고통이 끔찍해 눈을 감으면 에릭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리는 듯하다. 크리스틴이 천사의 힘을 얻은 노래를 부를때는 머리가 서는 것처럼 짜릿하기도 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 오페라에 관심있는 사람들,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소설은 '다 읽었다'로 끝내지 않고, 파리의 오페라 하우스로 초대를 한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티켓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