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백제 - 700년의 역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엮음 / 차림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어느 역사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고대사는, 누구 말이 더 그럴 듯하냐를 두고 겨루는 내기 같은 것일 수도 있다고. 그리고 얼마전에 읽은 역사책에서는, 구소련에는 이런 냉소적인 농담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 걸 보며 공감한 적이 있다. "과거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미래보다 과거가 더 예측하기 어렵다."라는. 역사라는 주제에 크게 관심이 없었을 때 나는, 교과서에 나오는 역사이야기는 모두 "사실"인 줄 알았다. 당연히 그럴 꺼라고 믿었기 때문에 의심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역사는 "암기과목"이므로 교과서에 나오는 "사실"을 달달 외우면 된다고 생각했고, 많이 기억할수록 역사공부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역사책에 관심을 두고 적으나마 지금껏 꾸준히 역사책을 읽어오면서 그런 생각이 정말 잘못된 것이라는 걸 요즘에야 깨닫는다. 역사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미래보다 과거가 더 예측하기 어렵다."는 구소련의 농담은, 내겐 결코 농담이 아닌, 다양한 역사관을 보여주는 진실을 담고 있는 말로, 머리속에 남아있는 것이다.

 

  [대백제]라는 제목이 붙은 책 한 권을 읽었다. "대백제 다큐멘터리 제작팀 지음"이라는 지은이 소개와 "SBS, 대전방송 역사 스페셜 다큐멘터리! 잃어버린 왕국, 대백제"라는 소개문구를 보건데 책 출판 이전에 다큐멘터리가 방영된 모양이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책보다는 다큐멘터리로 봤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다. 책의 성격은 제목에서 이미 잘 드러난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그냥 백제가 아니라 대백제다. 백제라는 고대 국가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담긴 책 제목이고 내용 또한 대부분 그러한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니까 광활한 영토를 누비고 다녔던 씩씩한 고구려와 최종 승자이자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라 사이에 끼여, 결국엔 일찌감치 멸망해버린 작은 나라 백제라는 기존의 이미지를 철저히 부숴버리겠다는 의도가 드러는 그런 책이랄까. 방송에서 사용된 듯한 동영상 자료를 캡춰한 사진들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백제문화에 대해 "최고", "최첨단", "최강의 하이테크 국가", "최대"의 표현을 쓰고 있는 이 책은, 사실 깊이감은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의 천황가나 일본문화의 상당부분이 백제에서 유래했다는 주장, 그리고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백제문화에 대한 "찬양"은 결코 균형잡힌 역사관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글쎄다. "민족이나 국경의 개념을 고대에 그대로 투입시키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일본의 역사이고 백제의 역사다."(p43) 그런 생각의 차이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사진자료로 볼꺼리는 풍성했고,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역사적인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는 크게 평가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백제의 역사에 대한 깊이있는 공부를 기대했던 탓일까 높은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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