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인의 나라 3
신봉승 지음 / 선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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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권, 전체 1300여쪽에 달하는 분량에 펼쳐들기가 겁이 났던 책이다. 하지만 "신봉승"이라는 글쓴이의 이름은 그간 역사서적을 통해서도 자주 접해왔던터라, 역사공부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시작할 수 있었다. "이동인은 30세의 아까운 나이로 헐벗고 가난한 조국 조선의 근대화를 위해 불꽃처럼 살다가 사라진 선각이지만, 이 땅의 교과서에는 단 한줄도 나오지 않는다. 이 점에 대해 나는 역사학자들의 무책임을 수없이 질타해왔다. 이동인이 없었다면 김옥균, 박영효, 홍영식, 서광범, 서재필 등 개화파의 젊은이가 탄생될 수 없다."(머리말 중) 음... "이동인"이라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는데, 역사교과서에서 비중있게 다루었던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 강의에선가 스쳐지나가는 이름으로 듣고 말아버렸던가...

 

    역사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염려스러운 부분은 어디까지가 사실인가를 판단할 식견이 아직 내게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 소설의 주인공 "이동인"에 대해서는 "개화승"이었다는 정보 정도만 알고 있었던터라 글쓴이가 하고 있는 이야기 어디까지를 역사적인 사실로 봐야할 것인가 고민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한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이야기책이라고 해야할까나....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백과사전을 통해 "이동인"이라는 이름을 찾아봤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그의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백과사전에 기록된 "사실"에 가깝다. 한편의 역사서라고 해도 될만큼 "사실에 충실한" 소설책이었다면 이 책에 대한 소개가 될런지...

 

   이야기는 1866년, 프랑스 함대가 강화도를 공격한 "병인양요"로부터 시작된다.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침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조선의 안타까운 사정을 눈으로 확인한 어린 승려 이동인. 개화 1세대인 유홍기를 만나면서 그는, 서양 제국주의와 세계사의 큰 흐름을 이해하게 되고, 조선의 "자주개화"를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그러나 결국 그는 행방조차 묘연한 채로 실종되어 버리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맺는다. 책에서는 이동인과 유대치(유홍기) 등의 개화1세대와 유대치의 사랑방에서 신학문을 공부하던 김옥균, 박영효 등의 개화2세대들의 개화에 대한 열정을 꼼꼼히 그려낼 뿐만 아니라 그들과 대척점에 서 있던 당시의 권력자 흥선대원군에 대한 이야기, 메이지유신 이후 급진적으로 서구화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이야기까지를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글쓴이가 이동인을 "위대한 선각자"라고 지칭하는데서 이미 드러나고 있지만 이 책에서 그려진 수구세력의 대표주자 흥선대원군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고집불통의 늙은이로 그려진다. 당시 개화세력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인 시각에서, 수구세력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시각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흥선대원군과는 정치적 노선을 달리했던 민비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글쓴이의 안경을 통해 본 조선 후기의 국내외 사정은 그야말로 "안타까움"이다. 시대의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는 한심한 수구세력 때문에 이 나라의 근대화가 늦어졌다는 아쉬움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달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글쓴이가 독자에게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후의 결과까지도 자료를 덧붙여 함께 생각해볼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었다.  

 

   이동인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그가 그리던 나라로 간 것일까.  이동인이 그렇게 사라져버리지 않았다면 이 나라의 근대사는 다른 모습이었을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개항기의 우리 역사를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한편의 역사다큐멘터리 같은 소설. [이동인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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