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정의 역사 - 중세 유럽 왕실의 비극과 광기의 역사
브렌다 랄프 루이스 지음, 양영철 옮김 / 말글빛냄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폭정의 역사]라는 이 책의 한국어판의 제목은 히틀러나 스탈린, 연산군과 같은 폭군의 이야기가 실려 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했다. 폭군의 폭정, 그리고 그로 인한 백성들의 피해양상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 않을까.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폭군 열전' 정도....?  하지만 이 책에 실린 내용은 내 짐작과는 조금 달랐다. 부제가 "중세 유럽 왕실의 비극과 광기의 역사"이고 원제목이 A Dark History인 듯 한데, 그 편이 이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기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폭정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묶을 수 있는 이야기가 소위 말하는 정사류의 역사이야기라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물론 그러한 내용들도 일부 포함하고 있지만, 그 쪽보다는 야사나 가쉽거리로 언급될 만한 내용들이 더 많이 실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글쓴이는 4개의 영국신문사의 왕실 특파원으로 활동했으면 군주제에 관한 저서집필로 유명하다는 "Brenda Ralph Lewis." 책은 크게 14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중세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럽 왕가의 엽기적이거나 잔인했던 왕실 인물들의 기상천외한 행적에서부터 왕가의 불행과 관련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마음이 약한 사람에게는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다."(p7)고 말하는 글쓴이. 사실 몇몇 부분에서는 "뭐 이런 인간들이 다 있었나"는 생각이 들어 책을 덮어버리고 싶기도 했다.

 

  첫 이야기는 프랑스 왕 필리프 4세와 성전기사단의 악연으로 시작하지만, 성전기사단을 와해시킨 필리프4세가 별로 잔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그 이후의 너무나도 엽기적인 인물들 때문이었다. 2장에 나오는 피의 백작부인 에르제베트 바토리는 잔인함의 표본이었다. "16세기 헝가리에서 가장 부유하고 세도가 높은 바토리 가문 출신"이었다는 이 여자는 생긴 건 뭐 그저그런데 하는 짓이 현대의 연쇄살인범 저리 가라 할 정도다. " 그 순간 에르제베트는 피가 떨어진 부위가 탱탱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에르제베트는 가차없이 소녀의 목을 베어 큰 통에 그 피를 담아 온기가 가시기 전에 목욕을 했다. 체이테 성에서는 수십 명의 어린 처녀들이 백작부인의 피 목욕을 위해 살해되는 일이 일과처럼 일어났다."(p42) 뭐 이런 인간이 다 있었을까. 이런 류의 인간을 두고 상투적으로 "짐승의 탈을 썼다."고 이야기하던데, 이 여자를 두고 그렇게 말한다면 그건 짐승에 대한 욕이 될 것 같다. 650여명 이상의 소녀들을 죽인 이 인간에게 눈물이 있었을까.

 

  그런데 유럽 왕실의 불행했던 사연들을 살펴보니 그 이면에는 근친혼에 의한 유전병과 광기의 되물림이 있었던 듯 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바바리아 왕국의 루트비히 2세나 오스트리아-헝가리의 황태자 루돌프가 그랬던 것 같고, 카스티야의 후아나의 광기 역시 그 이유였던 듯..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들로 인해 유럽 왕실로 유포된(?) 혈우병이라는 유전 역시 근친혼 때문이었다. 권력과 귀한 혈통의 보존도 좋지만, 근친혼으로 인한 불행한 결과들을 그들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며 너무 어이없는 미치광이들이 많아서, 그리고 그 미치광이들의 대부분이 한 국가를 통치해야 했던 이들이라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럽의 역사는 "미치광이들의 역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큼직하게 들어가있는 관련인물들의 사진과 그림들로 볼꺼리 역시 풍부했고, 내가 몰랐던 유럽 왕실의 역사와 인물들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유익했던 시간이기도 했다.

 

 

 154쪽의 "1963년" , 186쪽의 "카를로스가 태어난 1957년", 317쪽의 "19830년" 등의 연도와 관련된 잦은 誤字가 책읽기를 방해하는 요소였다. 다음 판에서는 수정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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