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한국사
이은식 지음 / 타오름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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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내가 접해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역사책을 한 권 읽었다. "불륜의 한국사". 이 책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지어야 할 지 독서의 범위가 좁은 나로서는 다소 고민이 된다. 사실을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실을 기술하고 있으면서도, 글쓴이의 주관적인 역사를 보는 관점과 상상력이 짙게 배어나고 있는 역사서. 그런 의미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일지는 모르겠으되, 이 책은 역사서라기보다는 "팩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3부로 나누어지는 이 책에서는 고려와 조선 역사에서 "불륜"이라 일컬을만한 사건들과 관계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여섯 장면을 담고 있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일천한 탓인지,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섯 부분의 이야기 중에서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던 이야기는 양녕대군의 아들 이혜와 "공민왕"에 대한 이야기 뿐, "환향녀" 김씨에 관한 이야기, 의기 "강아"에 대한 이야기, "조위와 신종호", 종계변무와 관련된 역관 홍순언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들이라 무척 흥미로운 주제였다.

 

    하지만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을 일괄적으로 "불륜"이라고 치부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것 같다. 글쓴이가 들어가는 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불륜倫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나 있음'이라"(p12)는데, 그러한 의미에서의 불륜이라면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서산군과 구지", "공민왕" 정도만이 그런 범위에 넣을 수 있는 인물들이 아닌가 싶기 때문에..

   책에서 첫번째 주제로 다루고 있는 우의정 장유의 며느리 김씨의 경우엔 병자호란이라는 특수한 사정 아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농락을 당했을 뻔 자발적으로 불륜을 저지르고자 함이 아니었잖은가.. 송강 정철을 연모한 나머지 자미紫微라는 원래 이름보다 강아江娥 역시 임진왜란이라는 특수한 사건 때문에 몸을 버렸을 뿐, 정철을 향한 마음만은 누구보다 어여쁘지 않았던가.. 종계변무와 관련한 역관 홍순언의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들 정도로 극적이었다! 사람을 향한 홍순언의 따뜻한 마음과 그로 인한 아름다운 결과를 보여준 이야기는 "이 이야기가 정말 사실일까..?"하고 몇번이나 되물을 정도였다.



   진정 이건 "불륜"이라고 분류하고 싶은 두 인물은 양녕대군의 자녀 서산군과 구지, 공민왕  세 인물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공민왕은 시대가 만들어낸 불안함이 이상한 방향으로 표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안타까웠다.

 

   각 인물에 대한 서술 뒤에 관련 인물을 찾아나선 글쓴이의 기행문이 실려 있다. 주로 관련인물들의 묘소를 직접 찾아나서서 그들의 생애를 되새김해보는 것은 역사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글쓴이의 기행문에는 글을 통해 살펴본 각 인물에 대한 글쓴이의 따뜻한 시선과 추모의 마음이 짙게 배어났다. 덕분에 그간 잘 몰랐던 역사 속 인물들을 한걸음 더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시간을 마련해 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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