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정치학 상소 : 중국편
니우산.빠산스 지음, 임찬혁 옮김 / 달과소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상소문을 읽다.

    얄팍한 독서이력이지만, 다른 분야에 비해 그나마 역사와 관련된 책을 많이 읽어왔노라 자부해왔다. 하지만 요즘들어 부쩍 내 부족함이 많이 보인다. 책을 읽을수록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더 많이 눈에 보인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말이다. 책을 접할수록 내가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될 뿐더러 내 부족함을 더 크게 보여주는 거울이 책인 것 같다. 새삼 고맙다. 책이..

 

    이번에 읽은 책은 [上疏]다. 중국편이다. 국사나 중국사와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간략하게 언급되곤 하는 "상소"들, 늘 궁금했었다. 영남만인소에는 무슨 내용이 적혀있었을까? 제갈량의 출사표에는 또? 최익현의 척사소던가 하는 상소도. 사극을 보다보면 임금이 부들부들 손을 떨어가며 읽곤 하는 상소들도 궁금했었다. 얼마전, 아니 아직도 뉴스를 떠들썩하게 하는 인물이 있다. 인터넷 필명 "미네르바". 게으름과 무지 탓에 나는 아직 그의 글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책 [상소]를 읽다가 문득 익명의 그 사람 "미네르바"가 궁금해졌다. "미네르바"는 상소문이 아니라 마우스를 쥔 "임금"의 손을 부들부들 떨게 만든, 그래서 "임금"의 모니터를 확 집어던지고 싶게 만든 "노여움"을 산 댓가로 "하옥"된 것일까......?! 그의 글을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충동이 인 것도 이 책 탓으로 돌려본다.

 

    이 책에는 중국사의 중요한 순간들에 있었던 유명한 신하들의 "상소"문이 실려 있다. 상소문에 앞서 그 상소를 쓴 인물의 생몰연대와 간단한 이력이, 상소문 뒤에는 아마도 중국인인 듯한(책에 글쓴이들에 대한 설명이 없는 점 조금 아쉽다.) 글쓴이들의 상소와 인물에 대한 품평이 실려있다. 역사책엔 간략히 소개되고 있을 뿐인 상소문의 전문을 읽어볼 기회가 흔치 않았기에 이 책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3인칭의 역사서술이 아니라 1인칭의 시점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역사 속의 상황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상소를 쓴 목적은 다양했다. 모함을 당했기에 사직한다거나(p136/장거정), 온천욕을 가겠다고 허락해달라거나(p148/이광지)하는 비교적 작은 문제에서부터, 반역하자는 제의(?)를 받아서 이를 알린다(p156/악종기)는 내용의 상소, 아버지와 형이 오랑캐에게 붙잡혀간 상황에 그렇게 태평으로 지내도 되냐고 황제를 꾸짖는(p96/진동) 내용에 이르기까지.. 임금에게 아첨하기 위한 글도 더러 보이고 더러는 간 크다 싶게 하고픈 말 다 내뱉고 있는 상소들도 보이고.. 

 

     평소에 접해보기 힘들었던 상소의 전문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각 상소와 관련된 글쓴이들의 품평도 인물과 역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있어 좋았다. 하지만 글쓴이들이 조금 더 수다스러워도, 조금 더  친절해도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유명한 상소문을 눈으로 읽는 것도 좋았지만,  상소문을 쓴 인물에 대한 정보를 조금 더 자세하게 실어주었더라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에..  부록으로 실려있는 "名士의 상소"에도 동중서, 제갈량, 유종원, 구양수, 임칙서, 증국번 등 유명한 인물들의 상소가 많은데 인물과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없이 상소의 전문만  싣고 있는 점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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