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명백한 운명인가, 독선과 착각인가 타산지석 11
김정명.최승은 지음 / 리수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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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다 읽고 난 소감을 한 마디로 얘기하자면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글쓴이들과 함께 한바퀴 여행한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미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서양역사 개설서를 비롯 몇 권 접해본 기억이 있지만, 미국의 현재 모습을 다룬 책은 자주 접하지 못했고, 그래서인지 관심을 가질 기회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그간 내게 각인된 미국의 인상은 온 동네를 헤집고 다니는 말썽쟁이 골목대장 같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명백한 운명"으로 번역되는 manifest destiny(서부 개척 시대의 영토확장에 대한 정당화로서 현재는 미국식 민주주의의 사명으로 쓰임-p4))라는 낱말 역시 그것이 가지는 과거의 의미로만 알고 있었을 뿐, 현대적 의미에 대해서는 그간 간과해왔다.   

   최승은, 김정명 두 글쓴이는 "세 차례에 걸쳐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긴장과 호기심으로 그들의 역사와 문화, 사람과 가치관을 관찰하고 기록해왔다."(책 앞날개). 그간 접해본 특정 국가에 대한 역사서나 개론서 등은 너무 자세해서 읽기 질리거나 혹은 너무 개괄적이라 수박 겉핥기를 한 듯 만족스럽지 못한 것들이 종종 있었는데 비해, 이 책은 적당히 읽기 좋은 수준의 책이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관점이다.) 너무 장황하거나 소략하지도 않으며, 글쓴이들이 직접 미국에 몇 차례 거주하면서 느낀 점을 바탕으로 미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 미국에 한발짝 다가선 느낌이랄까..

 

    글쓴이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는 크게 네 가지. "1부, 미국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와 "2부, 미국인의 삶, 행복한가 외로운가" , "3부, 결코 만만찮은 미국의 교육" 그리고 "4부, 신으로부터 받은 축복, 광활하고 다양한 풍광"으로 나누어진다.

  <1부, 미국은 어떻게 존재하는가>에서는 미국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고 있다. 230여년의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는 나라 미국. 미국의 역사에 대해 새삼스레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글쓴이들이 미국의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미국의 역사를 흔히들 그러는 것처럼 백인중심적인 사건의 나열로 풀어가지 않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들에 대해서 그리고 현재와의 관련성을 고려해 선별하고 이야기하고 있는 점이 달랐다. 또한 아메리카 원주민의 삶이나 아시아 이민자들의 이야기도 함께 언급해주고 있어 글쓴이들이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이 상당히 균형잡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부, 미국인의 삶, 행복한가 외로운가>라는 주제도 참신했다. 이 주제를 다루면서는 글쓴이들의 미국 친구들, "일반적인 미국 중산층"이라 표현할만한 사람들의 예를 자주 소개해주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Joke, 아메리카니즘을 논하다](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2008.5.1)라는 유머집에 "인간의 모순"이란 주제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인간이란 자주 모순을 범하는 생물이다. 그건 패스트푸드점에 있는 미국인을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들은 더블치즈버거와 포테이토 라지 사이즈 그리고 '다이어트 콜라'를 주문한다. / 인간이란 자주 모순을 범하는 생물이다. 그건 미국인이 사는 집을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곳에는 다이어트를 위한 러닝머신과 바벨, 실내용 자전가 등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 너머에는 높이 2미터 정도의 거대한 냉장고가 놓여 있다." 라는.. 물론 유머집이기에 약간의 과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본 미국인의 모습도 그와 비슷하다. 끊임없이 비만에 대해 염려하고, 무설탕 제품을 찾고, 운동이 생활화된 그들이지만 한편으론 햄버거와 바비큐 등 육식에 대해서 집착하는 모습을 보자면 말이다.

 

   하지만 기존에 가졌던 미국인에 대한 인상이 이 책을 통해 달라지기도 했다.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그들(주로 백인)은 성적으로나 결혼 생활이 매우 개방적이다 못해 가끔은 문란하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성에 대해서 보수적이며, 기분에 따라 "마구(?)" 이혼도장을 찍어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의외였다.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보편타당한 원칙과 상식 안에서 평화롭게 자기 삶을 유지"(p129)하며 "가족의 안전과 주변의 평화, 개인의 권리만 보장된다면 세상사야 별로 개의치 않"(p129)고 살아가는 그저 평범한, 내가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으로 종종 떠올리곤했던 그것과도 일치하는 면이 있어 솔직히 부럽기도 했다. 좁은 국토, 많은 인구.  삶 자체가 경쟁이다 싶고, 그 경쟁에서 한발짝만 물러서도 낙오자가 되고마는(극단적인 표현이려나..?) 우리보다 훨씬 여유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는 듯이 보이는 그들의 모습이 솔직히 많이 부러웠다.

 

  <3부, 결코 만만찮은 미국의 교육>에서는 글쓴이들이 직접 아이들을 미국학교에 취학시키고 경험한 미국의 교육이야기, 그리고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보아온 미국의 교육에 대해 여러 측면에서 따져보고 있다. melting pot이라 일컬어지는 미국이니만큼, 다양성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우리도 배워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4부 신으로부터 받은 축복, 광활하고 다양한 풍광>에서는 글쓴이들이 직접 체험한 미국의 자연환경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어설프게 안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무언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맹목적으로 "좋다"거나 "싫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미국에 대해 가진 막연한 인상만으로 "말썽쟁이 골목대장"으로 생각했던 점은 반성해야 할 것 같다. 글쓴이들이 말한 대로 "아직은 젊은 나라" 미국.  분명 젊기에 부리는 객기와 고집(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명백한 운명"으로 표현되고 있는지 모른다.)도 있지만, 결코 독선적인 착각만을 해대는 나라는 아니라는, 내가 몰랐던 많은 장점과 다양성을 가진 국가임을 발견하게 된 건 이 책을 통해 얻은 성과다. 균형잡힌 시각의 중요성을 새삼 느낀다.  "이 글이 미국을 바르게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도구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책 앞날개)는 글쓴이들의 바람이 내게 전해진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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