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크 아메리카니즘을 논하다
하야사카 다카시 지음, 윤홍석 옮김 / 북돋움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명백하게 부도덕한 사명을 가진 그들? 미국에 관한 이야기.

 

    해외 뉴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나라가 아마도 미국 아닐까...? 미국. 어렸을 때부터 뉴스에서 미국을 "美"자 한 글자로 줄여서 표현하는 걸 봐온 터라 그런지 나는 미국은 "아름다운" 나라인 줄 알았다. "미국에 사는" 이모 혹은 고모를 자랑스레 얘기하는 친구들도 종종 봤던 것 같다. 아메리칸 드림.. 미국에만 가면 다 부자가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땐가, 같은 동네에 살던 내 짝의 가족이 미국으로 초청 이민을 갔었다. 그리고 한 두어핸가 후에, 그 가족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버지 친구분이기도 했던 그 아이의 아버지께선 종종 우리 집으로 놀러오곤 하셨는데, 그 때마다 술을 과하다 싶게 마시곤 하셨고, 그 때마다 하시던 이야기는 미국에서 겪었던 말 못할 고생에 대한 것이었던 듯하다. 언어의 문제부터 시작해서 동양인이라고 무시당했던 일에 울분을 터뜨리곤 하셨다. 도저히 적응을 할 수 없어,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미국에 들어가느라 이미 한국의 재산은 정리했던 터였고, 다시 돌아온 한국에도 적응하기 힘들어 하시던 그 분은 술로 세월을 보내다 몇 해 후 돌아가셨다. 그 가족을 보면서 처음으로 미국이 마냥 아름답기만 한 나라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듯 하다. 또 하나, 당연히 "미국=美國"이라 생각했었는데, 같은 한자권인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미국=美國"이 아니라 "米國"이라고 표현하는 걸 보고 놀랐었다. 그리고 미국의 역사에 대해 어설프게나마 알게 되면서 미국은 결코 아름다운 나라가 아니라 차라리 추악한 나라임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의 미국인들이 "명백한 사명"이라 스스로 천명했던 서부개척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현재의 미국의 모습을 아주 신랄하게 꼬집어내고 있는 책이다. [Joke, 아메리카니즘을 논하다]는 제목만 보고선 미국에 대한 농담만 잔뜩 실어놓은 책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미국 국내외의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그와 함께 살펴볼 Joke가 함께 수록된 책이다. 읽으면서 "이 책 좀 위험하지 않나.."하는 소심증이 더해진 고민을 했다.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에선 더할나위없이 강력한 힘의 우위를 자랑하는 나라, 미국을 다각도로 꼬집는 책을 보니, 괜한 위축감에 어린 고민과 함께 통쾌함이 교차한다.  이 책은 "이상한 나라 미국, 그 중에서도 現 부시정권"에 대한 비틀기이다. 야구를 좋아하고, 40대까지 알콜 의존증이 있었으며, 신을 열렬히 믿지만 포용력을 갖지 못하고 전쟁을 일삼으며, 멍청한 "부시"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워하고 싶지만, 미국이 가진 엄청난 영향력과 힘 때문에 드러내놓고 미워하기 힘든 나라 미국에 대해 가해지는 비판을 보고 있자니 속이 다 시원할 정도..

 

 그 중에서 "사형의 이유"라는 조크 하나를 인용해보자면 이렇다.

   "부시 대통령은 결국 전쟁 범죄인으로서 국제 법정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부시는 화난 얼굴로 홍조를 띠면서 소리쳤다. "이라크에서는 잘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하나의 나라에 대해 잘못을 저질렀을 뿐인데 사형이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다!" 그러자 재판관은 안색의 변화 없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을 사형하는 것은 이라크 때문이 아니다. 앞으로 몇 개의 이라크와 같은 나라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당신이야말로 긴박한 위협이 예측되기 때문에 '예방적 선제공격'을 취한 것이다.""

   9.11이후 2002년 9월 발표한 '부시독트린'을 비아냥 거린 이런 조크. 통쾌하다. 결코 아름답지도 않으며, 세계의 경찰국의 자격도 없는 나라 미국의 추악하면서도 현실적인 면을 살피기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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