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인생 변주곡 - 비평가처럼 수다처럼
윤미숙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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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하다. 워낙 폐쇄적인(?) 성격을 가져서인지, 낯선 사람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한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지 못하니 깊은 이야기가 있을리 없다. 하지만 그을 통해서는 낯선 그들의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 덕분에 제법 긴 대화가 가능하다. 일방적인 "듣기"가 아니라 주거니받거니가 되는 것이다. 예전엔 글을 읽는 것을 그저 읽는 것, 그들로부터 전달받는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책을 읽으면서 가끔 내 이야기도 한다. "아, 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도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아요.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특히나 수필을 읽을 땐 더욱 그러하다. 수필을 통해선 낯선 그들의 일상을 몰래 엿보는 재미까지 있다.

 

  솔직히 나는 예술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학창시절 미술시간과 음악시간은 그리 즐거운 시간이 되지 못했다. 그림은 늘상 유치원생 수준이었고, 음악 또한 제대로 연주하는 악기 하나 없었고, 그렇다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대상이었달까..? 그런 약점을 극복하려고 최근엔 서양미술에 관한 책을 몇 권 봤다. 봐도 잘 모르지만 면무식이라도 해야겠다는 욕심에 의무적으로 봤다. 이번에 내가 접한 책은 음악이다. 내가 읽은 음악을 주제로 한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예전에 마로니에북스의 미술에 관한 서적을 몇 권 접하고 출판사에 대한 느낌이 좋아, 기대를 하고 펼쳐든 책이다.

  클래식이라... 미뉴에트, 론도, 제1트리오, 제1주제, 제1악장, 아르페지오, 변주. 템포, 패시지...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음악에 관한 기본적인 용어는커녕이고 음악가에 대한 배경지식은 거의 백지상태라 어려운 책이면 어떡하나 걱정을 하면서 펼쳐든 것도 사실이다.

  "고물 라디오를 통해 클래식을 듣던 어린 시절 나는 음악이 아닌 DJ의 해설을 들었던 것 같다. 흘러나오는 음악보다 그 곡을 멋지게 해석하는 DJ의 멘트에 신경을 쓴 것이다. 곡의 흐름이 어떻고 연주 기교가 어떻고 작곡가와 연주가의 해석이 어떻고.... 문제는 내가 그 해설들을 도저히 내 것으로 함께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누구는 연주되는 음악의 의미를 아는데 나는 들어도 모르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이는 나에게 있어 또 하나의 스트레스요 열등감이 되어 갔다." (p19) 

   나 역시 마찬가지다. 명화를 보면서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그 자체를 보거나 즐기려하기보다는 해설서를 통해 "지 식 의   조  각"을 갖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러번 보고 여러번 들어봐도 보고 듣기만 했지 "느끼지는 못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2006년까지 고등학교 윤리 선생님으로 재직하셨던 선생님이 쓰신 글이다. 한 선생님의 일상과 시와 그림과 클래식과 많은 생각들..  예술처럼(?) 사는 어느 선생님의 음악감상기라고 정의 내리면 될까 모르겠다. 클래식의 생활화, 그리고 클래식에 대한 깊은 관심이 글 곳곳에서 배어난다. 처음에 겁을 먹고 책을 읽기 시작한 것과는 다르게 비교적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그러나 역시나 클래식에 대한 너무나 빈약한 내 배경지식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즐기지는 못했다. 하지만 클래식에 대한 자극제의 역할은 충분히 한 책이었다. 선반 어딘가에서 먼지가 뽀얗게 쌓여가던 클래식 CD 한 장을 찾아내서 재생버튼을 누르면서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을 보면 말이다. 클래식에 대한 어렵다는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역시나 나의 무지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클래식에 관한 책은 더러 있는 듯 한데, 우리 음악에 관한 책은 많이 못 본 것 같다. 다음엔 마로니에 북스에서 우리 음악을 주제로 한 책을 펴냈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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