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가지 한국사 1000가지 상식 - 대륙의 지배자 고구려
판도라 지음, 신경순 그림, 신병주 감수 / 세상모든책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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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역사책을 읽다..

  어떤 책이든, 나름의 가치가 있는 것 같다. 결코 "그냥" 만들어지거나, "그냥" 묻혀버릴 책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나는 오늘 어린이용 혹은 청소년용으로 나온 이 책을 보면서 생각했다. 나름 역사에 대해서 많이 안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린이책이라고 가볍게 여겼던 이 책에서도 내가 모르던 것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은 크게 5가지의 큰주제 100가지 소주제로 분류하여 다양한 삽화와 유물유적 사진과 함께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공부를 하다보면, 정사보다 훨씬 흥미를 끄는 게 야사(野史)다. 왜냐하면 사람냄새가 훨씬 많이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사를 보면서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근엄한 모습의 위인을 생각하기 쉽지만, 야사 혹은 일화를 통해 보면, 그 위인 또한 괴로워할 줄 알고, 즐거워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니깐.. 

 

  이 책을 통해 "이런 이야기도 있었지.."하고 무릎을 탁 치게 된 부분은 특히 첫번째 큰 주제, <대륙 위에 서다(건국과 발전)>편이었다. "5.동명왕이 고구려가 아닌 부여를 세웠다고요?"에서는 흔히들 알고 있는 고구려 건국과 관련한 주몽의 신화가 탁리국에서 나온 부여의 건국설화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 "21.우씨는 두 번이나 왕비가 되었다고요?"에서는 고국천왕의 부인이었던 우씨가 왕의 사후 왕의 아우였던 연우, 훗날의 산상왕과 결탁한 사실을, '13. 베개가 모본왕을 죽였다고요?"에서는 모본왕의 폭정과 그에 대한 당시인들의 반감에 대해서 그동안 묻혀있던 기억을 끄집어내주고 있다.  재미있게 읽을만했다. 당시의 제도나 대외관계니 정책이니 하는 어려운 주제보다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더 많이 싣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자 어찌보면 단점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릴 때의 경험과 기억이 훨씬 오랫동안 머리속에 각인되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책은 어린이용 역사입문서로 꽤 괜찮은 책인 것 같다. "이러했다. 저러했다."식의 단정적인 역사가 아니라 "86.을지문덕의 성은 뭐예요?"에서와 같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남겨준 점은 어린이들이 역사에 대해서 호기심을 유지할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보였다. 하나의 소주제가 그리 긴 분량이 아니니,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하루에 두 세편 정도 옛날 이야기 삼아 부모님과 함께 읽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이 책은 내년이면 다섯살 되는 조카랑 옛날 이야기 삼아 읽으려고 선택했는데, 아직은 어려울 것 같아 나중에 읽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서 몇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이왕이면, 전문역사가가 쉽게 풀어쓴 책이라면 더 좋았을텐데 글을 쓴 두분 모두가 영문학과 출신이란 점은 아쉽다. 또 하나, 책을 보다 몇 군데서 오타를 발견했는데 일일이 기록해두지 않아 다 지적하긴 힘들지만 123쪽에 등장하는 거란족 장수의 이름은 "소손녕"인데 책에서는 본문뿐 아니라 삽화에까지 "손소녕"이라 표기하고 있는 점은 이후 수정 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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