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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친구와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새해 첫날, 이지만 평일인 휴일이라
그냥 보내기 뭣한 우리는 만나서 영화를 봤다
재밌는 영화들이 줄지어 있는 때라
무엇을 보든 큰 상관은 없었다
그렇게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봤다
1. 목소리
'다크나이트'를 보며 인상적이었던 건 물론 조커인데,
조커의 목소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쩝쩝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낮으면서도 뭔가 울리는?
근데 이 영화를 보고
아, 이게 히스 레저 본인의 목소리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새삼...>.<
아 목소리 참 멋있다
2. 히스 레저...조니 뎁! 주드 로! 콜린 파렐!
영화를 찍던 도중 히스가 죽어서 남은 부분을 조니와 주드와 콜린이 기꺼이 나서준 것이다. 유작을 완성하기 위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렇게 네 인물이 한 역할을 한 것이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시나리오 수정의 흔적은 보이니...그것이 조금 흠이 될 수도 있겠다. 어쨋든!
멋진 배우가 넷이나 나오다니...
3. 그런데! 앤드류-
'보이A'를 인상깊게 봤던 나는 그 어린 배우가 참 눈에 들왔다
그런데 그 배우가 여기 나오다니!
친구는 고전극에 어울릴 얼굴이라고 했는데, 나는 그보다는 뭔가 불안해서 아름다운 청춘을 담은 얼굴이라 생각한다.
4. 어쩔 수 없는 시나리오 수정
궁금했다. 과연 어디까지 수정인지.
히스가 맡은 '토니'는 현실과 상상을 몇 번 오가고, 그 과정에서 현실은 히스가 촬영한 부분을 쓰고 상상을 다른 배우들이 해주었다. 그건 큰 어색함 없이 오히려 그게 더 매력적인가 싶기도 하지만, 좀 아쉽다. 극의 완성으로 따지면, 그렇게 상상 속에서 '어떤 일'이 마무리 되고 박사가 현실로 돌아와 선택을 확인한다는 건 좀...
뒷심이 부족한 건지
수정된 시나리오가 부족한 건지...
5. 선택
박사는 원래 수도자? 수도승? 암튼, 깊은 곳에서 세상의 안정을 위해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수도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멈추면 세상의 안정이 깨진다 생각했다. 그런데 그 앞에 악마가 나타나 거래를 제시한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드는 자들의 입을 꼬매버려, 이야기를 멈춰도 아무 일이 없다는 걸 알려준다.
그 순간 박사는 아하하하, 깨닫는다.
세상에 이같은 일을 하는 자들이 또 있구나
그리고 악마와 거래를 한다. 먼저 8명의 영혼을 얻는 자가 이기는 것으로. 박사가 이겼고, 별로 원치도 않는 영원한 삶을 얻었다.
그런데 수천살을 산 어느날, 너무너무 맘에 드는 여자를 만난다
자신은 너무 늙어서 어떻게 꼬셔볼 엄두도 안 나는데,
악마가 나타나 영원한 삶과 젊음을 바꿔준다. 젊음을 얻은 박사는 여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들 속에서 박사의 이야기, 상상은 멈추고 세상은 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앞에 악마가 나타나 다시 거래를 제시한다. 다시 영원한 삶을 줄테니, 딸이 16세 생일이 되면 달라고. 박사는 선택 끝에 거래에 응한다.
그리고 영화는 시작된다. 딸의 16세 생일이 다가오며 먼저 5명의 영혼을 얻는 자가 이기는 거래.
박사의 입장에서 조금, 선택이라는 것을 주제로 삼은 듯 한데 약하다. 박사는 이미 자기가 아니어도 어딘가 이처럼 세상의 안정을 위해 이야기를 만드는 자들이 있다는 걸 알고부터
박사의 선택은 세상이 아니라 조금씩 자신을 위한 선택으로 변해갔다.
헌데, 너무 약하다. 그래서 이 '선택'이라는 것은 조금 인위적이거나 혹은 내가 억지로 찾은 주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그냥 차라리 상상극장의 화려한 판타지를 정말 아름답게 보여주지...
6. 그래서 거울
상상으로 들어가는 거울, 그 안으로 들어가면 자신의 욕망이 환상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그 욕망의 끝에는 선택이 있다.
예를 들면, 술에 쩔어 사는 알콜중독자가 거울로 들어갔다. 그가 떨어진 곳은 술병이 쌓인 진흙탕. 헤매던 끝에 만난 건 '착한 사람이 되는 길' 그런데 계단이 어마하게 높고, 많다. 그런데 그 반대편에 술집이 하나 있다. 에이, 한 잔 하고 가지 머. 그가 술집으로 들어간 순간 술집은 폭팔하고, 박사는 안타까워 한다.
또 하나 들면, 나이든 여자가 거울로 들어갔다. 사방에 보석과 구두로 아름다운 그곳에서 자신의 모습은 젊고 아름다운 시절로 되돌아가있다. 거울 속 세상을 잘 몰라서 나이든 여자를 구하러 따라 들어온 토니를 보고 잘 생겼다며 멋있다며 꼬시더니. 그 끝에 모텔이 있다. 하지만 그건 여자의 상상이지 토니의 상상은 아니어서, 제정신이던 토니는 여자를 모텔이 아닌 배에 태워 보낸다. 여자는 무사히 현실로 돌아올 수 있었고 거울 속 상상에 푹 빠져 자신의 수표책을 몽땅 기부함에 넣어버린다.
그 세상을 좀더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보여주면 더 좋았을 텐데...영상미가 좀 아쉽다. 거기에는 '더 폴'의 감독이 필요했다.
7. 각자의 상상
-토니
토니는 사기꾼이다. 아이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한다고 하며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 러시아 마피아 돈을 훔쳐 달아나다 잡혀서 목매달아 죽는다. 하지만 목매달려도 사는 법을 아는 토니는 산다.
토니의 상상 속에서 그는 높은 사다리를 타고 구름 위로 올라가려 한다. 그때의 기분이 너무 좋아 또 가고 싶지만, 두 번째 들어간 상상에서는 화려한 자선 단체 파티에서 아이를 때리는 자신의 모습이 발각되어 사람들에게 쫓긴다.
토니는 자선을 이용해 자신의 명성을 높이고 욕심을 채우고 싶을 뿐인 것이다.
-발렌타인
박사의 딸은 남편과 아이가 있고, 좋은 가구가 놓인 집에서 단란하게 사는 게 꿈이다. 그것을 토니가 이루어줄 거라 생각하지만, 아니다. 그 꿈을 이루어줄 사람은 따로 있다.
-안톤
길에 버려진 녀석을 같이 다니게 해줬더니 딸을 넘본다고 박사의 욕을 먹는다. 하지만 안톤은 진심으로 박사를 좋아하고, 따른다. 또한 발렌타인을 좋아한다. 그녀가 다른 꿈을 꾸는게 안타까워 그 꿈으로 뛰어들어 깨워준다. (음음..이 역할이 앤드류였다)
-박사
그렇게 사랑하던 여자는 딸을 낳다 죽었다. 딸은 기적이었을까 실수였을까. 박사는 딸을 무척 아낀다. 아끼다 못해 발에 방울 팔찌를 달아 도망갈 수 없게 만들었다. 박사는 사실 모두 떠날까봐 두려웠던 게 아닐까.
8. 악마
그는 정말 악마일까?
마지막에 어딨는지 모를 딸의 위치를 무기 삼아 토니를 죽이라고 박사에게 거래를 제시한다. 그런데 토니는 자선을 앞세워 거짓을 일삼던 나쁜 사람이다. 또 그 과정에서 딸은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던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음, 번역하는데서 '악마'라는 단어 말고 다른 단어를 썼으면 더 좋았을 걸. 그럼 상상의 폭도 더 넓어질 수 있었을 텐데.
9. 안톤 대 토니
안톤은 상상극장에 사람을 모을 때도 정말 원론 그대로 하고, 정직하고 성실하게 사람을 모으려 한다. 그런테 토니는 허풍도 떨고 입담을 내세우고 거짓을 보태서 사람들을 말 그대로 현혹한다. 정석처럼 안톤은 잘 살고 토니는 벌 받았다, 로 끝났다.
요즘들어 관용어나 관습적인 표현들에 새삼 감탄하는 일이 많은데, 때로는 원석이 더 아름다울 수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했다.
10. 그래서 결국은...
히스를 비롯한 조니와 주드와 콜린을 좋아한다면 보시랍.
여러모로 눈이 즐거운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