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모프의 과학소설 창작백과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선형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에 '창작백과'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형식을 갖춘 조금은 딱딱한 내용일까 걱정했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아시모프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담스럽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후일담과 서비스 단편 소설 약간이라고 보면 될 듯. 

단편들은 표제작인 '골드'를 포함해서 대체로 평이했다. 곳곳에서 아시모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들을 즐길 수 있었지만, 너무 아이디어에 치우친 나머지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끝나버린다는 느낌을 주는 것들도 있었다. 로봇에 대한 이야기인 '칼'과 '키드'를 인상적으로 봤다. 인간과 로봇 사이의 관계에 대한 섬뜩한 결론에 페이지 넘기는 것을 멈추고 잠시 숨을 돌려야 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백미는 1,2부의 '과학소설론' 및 '과학소설 창작론'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아시모프의 SF 매거진'에 실린 서평이나 비평, 소개글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시모프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3부의 단편소설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나는 과학소설 작가도 아니고 마니아라고 할 정도로 과학소설을 많이 본 것도 아닌데도 왜 이렇게 재미있던지.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 나 어렸을 땐 이랬단다 식의 청춘 시절 이야기를 듣는 기분일까. 아니, 차라리 '이 바닥'의 최고 연장자 '오덕후'가 늘어놓는 자기 컬렉션 자랑을 보는 기분이라는게 더 가까울지도. 로버트 하인라인 같은 천재는 한 번도 안 고친다고 하던데 난 역시 범작가인가 하는 식의 얄미운 겸손은 '오덕'의 오오라만 더 진하게 해줄 뿐이었으니... 

은근 슬쩍 자기 자랑 늘어놓는 것 같아도 밑바닥에는 그 시절 어려웠던 작가 생활과, 그런 와중에 자신의 작품을 내준 편집자 및 읽어주었던 팬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후일에 편집자로써 작품 선정을 하면서 팬들에게 이런 저런 변명 아닌 변명을 해주는 걸 보면 디펜스를 해주려는 선배의 모습과 동지의식이 보인다. 과학소설 작가로써, 어려운 시절을 이겨낸 대선배로써 가지고 있는 자부심과 자신감은 작가 후배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으리라.

미국이라고 해서, 아시모프 같은 대작가가 있다고 해서 팬덤의 분위기가 크게 다르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우리나라 팬사이트들에서 느낀 분위기와 비슷해서 낯설지 않은 이야기들이었다. 한편으로는 과학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이런 대작가와 두터운 팬덤을 가진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럽기도 했다. 그래도 이런 매니악한 유고집이 이런 튼튼하고 화려한 양장본으로 나와주는 것을 보니 많이 형편이 나아진 것이 아닌가. 이런 과학소설 에세이 종류의 책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보기 힘들었는데. 소설 뿐만이 아니라, 과학소설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의 이런 책들도 많이 나와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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