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SF 르네상스 1 - The Hard SF Renaissance 1
데이비드 브린 외 지음, 홍인수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그동안 출판된 SF 단편선집들이 은근히 많지만(시간여행이니 플레이보이니 걸작선이니 등등), 어쩌다 SF 책들을 마음 가는 대로 마구 읽다보니 나에겐 이 책이 처음 읽는 SF 단편선집이다. 다행스럽게도 첫 선택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제목은 '하드' SF이지만, 읽어나가는 것이 고통스러운 '하드'함이 아니라 소설의 아이디어 자체가 조금 더 과학적인 논리와 엄밀성을 바탕으로 한 '하드'함이었기에 오히려 호기심을 더 자극하는 이야기들이었다. 각각의 이야기들이 탄탄하고도 독창적인 세계관과 문제제기를 가지고 있어서 책을 보고 있자니 마치 열 가지 색깔의 보석이 가득 들어있는 보석 상자를 떠올리게 한다. 

<올림포스 산>,<기러기 여름>, <헤일로>, <불사조 품기>, <매로우>는 우주 여행 혹은 행성 탐험에 대한 이야기로, 그 자체로도 완결되는 단편이면서도 이 우주 세계관 안에서 또 다른 시리즈가 있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게 했다. 베른의 <해저 2만리> 이후로 처음 읽어보는 해저 탐험 이야기인 <틈새>를 읽으면서 내내 300기압의 바닷물이 나를 짓누르는 듯 숨이 막혔고, <리얼리티 체크>, <어느 성화학자의 생애>, <착한 쥐>는 블랙 유머러스 하다는 표현을 하고 싶을 정도로 사회 현상을 풍자하면서도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시간의 모래성>은 '양자 거품'으로 인한 과거의 파동 변화라는 개념과 막판의 작은 반전(?)이 신선했다.

SF 소설을 많이 본 것은 아니지만, 제목대로 이 책에 실린 내용들이 대체로 하드 SF로 분류되는 것이라면, 하드 SF야 말로 SF 본래의 의미에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물론 하드해야만 훌륭한 SF라는 것은 아니고. Science Fiction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자니 이 정도 과학적인 서사는 있어줘야만 뽀대가 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과학적인 뽀대와 대중적인 재미 모두 갖췄다. (SF 소설을 많이 보지 않아서 이 단편들이 참신한지 아니면 우려먹을대로 우려먹은 사골탕 주제들인지까지는 감이 오지 않는다. 일단 내겐 모두 재미있었다.)

'하드'하다는 말에 왠지 모를 두려움을 가지신 분이라면, 그럴 필요 없으시겠다. 상세히 바닥까지 논리적으로 따지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재미있게 읽었으니까. 과학적 상상력에서 나올 수 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거기에 크로스하는 인간상들을 즐기시면 되겠다. 2권도 어서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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